[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엊그제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18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후보는 몇 명이나 되었을까. 선거사를 뒤적여 보니 86명이다. 이중 18명이 당선되었다(이승만 박정희 당선자는 4~5차 중복).
평균 4.7대 1이다. 하지만 8~12대까지 후보가 1인이었던 걸 계산하면 경쟁률은 그보다 높아진다.
후보가 많을 때는 11명인 때(17대)도 있었고 13, 14대는 각각 8명이 난립했다.
5 7 15 16 18대 때는 각 7명이 나서 유권자들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직 대통령 탄핵에 따라 19대 대선 판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각당 후보를 정하기 위한 예비경선에 신립(申立)하는 이름이 봇물이다.
물론 서너 달 전부터 일각에선 5월 대선을 예상하고 뛰어온 축도 있지만 봄 대선이 가시화한 지금이 그 본격 출발선상이라 하겠다.
1948년부터 앓아온 우리네 ‘너도나도 대통령’ 고질(痼疾)이 도지기 시작한 걸까. 마음 설레는 정치인들도 많은 듯 벌써부터 신문 방송에 이런 저런 이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판이 벌어지자 각 정당서 자천 타천으로 튀어나오는 이름들이 어지럽다.
비유하기 좀 뭣하지만 마치 빗방울 들을 때 호박잎에 청개구리가 뛰어오르듯 한다. 혹은 산신젯상에 메뚜기 뛰어오르는 격이라고나 할까. 대통령감이 애초부터 별도로 정해진 것도 아닌 터에 그 의지들을 비웃어선 안 될 거다.
또 근년에 보듯 기껏 뽑아놓은 대통령들인들 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고 생각되는 게 국민들 심정이라면 더더욱 아무나 못 나설 지고지엄(地高至嚴)한 직책도 아닐 거다.
하지만 그 이름들을 듣다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가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대선이 이렇게도 희화화하고 말았는가 싶어 서글프기조차 하다.
그러므로 이 자격에 부합하는 사람이 1억~3억원의 공탁금을 걸면서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는 걸 나무랄 수는 없다.
왕후장상이 씨가 있는 것이 아니듯 대통령 될 사람이 천부적으로 점지된 게 아닌 이상 대선에 뛰어드는 걸 말릴 수도 없다.
또 국회의원을 몇 번째 하는 사람이거나 단체장 선거도 여러 번 이겨본 경험이라면 못하란 법은 더더욱 없을 터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선 때만 되면 보통사람들 보기에 ‘감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출마하겠다고 줄레줄레 나서는 걸 보면서 실소를 넘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구(舊)여권 쪽 정당에서 명함을 내미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거지끼리 자루 찢는다’는 민망한 속담마저 떠오를 지경이다.
명예욕일까. 따로 챙기고픈 실리가 있는 걸까. 아니면 현란한 출마 변(辨)들처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기 한몸 바치고 싶은 걸까.
그 내심이야 깊숙이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출마 명분마저 애써 깎아내릴 일도 아닐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선 나서겠다는 사람이 우후죽순인 작금의 상황이 결코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필자만의 외틀어진 생각일까.
감도 안 된다 싶은 이들이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이유는 뭘까.
대선 판에 이름을 한 번 올리고 나면 정치인으로서 체급이 좀 오를 거라고 생각한 걸까. 하여 대선까지 나섰던 사람인지라 차기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단체선거 같은 데서 이름값으로 득을 보자는 얍삽한 계산일까.
그렇다면 대선의 엄중함을 생각해서 제발 막설하시기 바란다.
입지(立志)를 밝힌 분들의 뜻을 폄훼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맘속에 그런 생각을 손톱 끝마디만큼이라도 가진 분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박종선 김소연 김순자란 이름을 기억하는가? 전관 정근모 금민을 아는가? 김영규 김길수란 이름은 머릿속에 남아 있는가?’ 참고로 밝히자면 맨 첫 번째 그룹은 2012년 대선, 다음은 2007년 대선, 맨 마지막은 노무현이 당선된 2002년 대선 때 뛰었던 대선후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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