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것은 `6·25’ 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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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은 `6·25’ 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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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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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5·18” 외치는 영화 '화려한 휴가' 
 
 
27년이 걸렸다. 이렇게 정면으로 `그날의 광주’의 고통과 마주 서기까지. `꽃잎’ `박하사탕’ 등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나오긴 했지만 에둘러 표현했을 뿐 한국 영화는 여타의 문화 부문에 비해 유독 광주를 건드리지 못했다. 이제 서서히 진실이 알려질 무렵 젊은 세대들은 6ㆍ25와 마찬가지로 그저 전 세대들이 지나온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6ㆍ10 민주항쟁을 대학생 10명 중 1명만이 안다고 대답하는 세상에 젊은 관객에게 광주는 어떤 식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광주항쟁 핏빛 현장 생생히 그려…김상경·안성기·이요원·이준기 `호연’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는 그간의 빚을 한꺼번에 씻으려는 듯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결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인 `화려한 휴가’는 진실과 허구를 적절히 오가는 한편 인물에게 명확히 부여한 캐릭터와 진실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인 드라마, 뚝심 있게 밀어붙인 감독의 배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데 버무려져 있다.
 영화는 광주에서의 열흘을 가슴 아리게 부활시키는 한편, 좀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 영화의 부활 역시 꿈꾸게 한다.
 
 ◇소시민들이 총을 들기까지
 택시를 모는 강민우(김상경 분)는 부모를 여의고 하나뿐인 동생 진우(이준기)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진우는 서울대 법대를 꿈꾸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자 성당에도 열심히 나가는 모범생. 민우는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박신애(이요원)를 좋아한다. 회사 동료인 인봉(박철민)의 코치대로 이주일의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가고, 병원과 집앞에서 신애를 기다리며 풋풋한 사랑의 감정에 젖는다.
 인봉 역시 택시에서 만난 제비족 용대(박원상)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을 보며 무서워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시국이 어수선해지자 신애의 아버지이자 예비역 대령 출신인 택시회사 사장 박흥수(안성기)는 작전에 투입됐다며 자신을 찾아온 부하를 보며 앞으로의 상황에 불안해한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날이 계속되던 5월18일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을 띤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된다. 그들은 `독재타도’ `계엄해제’를 외치는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광주는 그날부터 전쟁터가 돼간다.
 친구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자 진우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위대에 합류하고 민우는 결국 싸늘한 진우의 주검을 대한다. 신애는 민우를 구하기 위해 군인을 죽이고 충격에 몸을 떤다. 민우와 인봉, 용대 등 시민들은 총을 들고 시민군을 결성하며 박흥수는 이들을 규합한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린 계엄군은 일단 철수를 결정하지만 5월21일 오후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국기하강식 시간에 대규모 발포를 가해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다.
 5월27일 시민군이 사수 중인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최후 진압작전을 앞두고 흥수는 “신애를 부탁한다”며 민우를 내보내지만 민우는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그리고 새벽 4시. 군인들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소박한 꿈을 간직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스러져간다.
 
 ◇실화에 바탕을 둔 드라마
 영화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임을 분명히 밝힌다. 수 년에 걸친 취재로 탄생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다.
 민우는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를, 진압작전이 벌어지던 시각 광주 시내를 돌며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들을 기억해주십시요”라고 외치는 신애는 가두방송에 나섰던 이경희 씨를, 계엄군의 총에 아버지를 잃어 합동 장례식에서 영정을 들고 있는 소년은 조천호 씨를 연상케 한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역시 모두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렇기에 오히려 드라마는 촌스럽기까지 하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었기에. 그러나 작전명 `화려한 휴가’를 명령받은 계엄군이 투입된 후 상황은 27년이 지난 지금도 충격적이다.
 보고 있으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평범한 행복을 그려냈던 김지훈(36) 감독은 상영시간의 딱 절반인 1시간 후 진우가 죽고 민우가 시민군에 가세한 지점부터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과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의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뚝심과 배짱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그렇게 만들어낸 화면에는 역사의 사실과 영화의 허구가 교묘히 교차한다.
 그는 영화 소개책자에서 “우리의 지나온 역사는 어둠을 넘어 희망을 열어온 역사이며, 그 희망을 만들어온 것은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해온 우리의 민초들”이라며 “그들을 주인공으로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 그의 바람은 성공했다.
 광주는 항쟁이 벌어졌을 당시부터 정권에 의해 왜곡됐고, 지역감정의 덫과 이념의 갈등에서 제 숨조차 쉬지 못했다. 광주항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 과연 `그날의 광주’를 다룬 영화는 어떤 의미가 될까.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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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박하사탕
“다시 돌아갈래” 한남자 개인사에 담긴 20년 현대사
 
 “우리 사회의 한 평범한 사람이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과정을 제시하면서 타락한 사회에서는 아무도 완전히 결백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영화 `박하사탕’은 20년을 거슬러가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20여 년의 한국 근대사를 다룬 드라마다.
 한 남자의 20년 인생 역정이 한국사회의 20년사에 대한 통찰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단순한 회고취향의 영화는 아니다.
 과거로 돌아갈수록 주인공 김영호(설경구)란 한 중년남자의 삶이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순수한 영호’의 영혼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물론 영호 개인에 국한한 삶의 단순한 반추는 아니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우리는 `광주의 5월’이란 현대사를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곧 과거행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1999년 봄 영호가 20년전 첫사랑 순임(문소리)과 함께 왔던 기찻길 아래 강가를 찾아와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면서 그의 삶의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간다.
 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그 이유가 조금씩 드러난다.
 직업도 없고, 삶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30대 중반의 영호는 가구점 사장이다. 그는 가구점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아내 홍자(김여진)는 운전교습 강사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르는 그런 삶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1980년대 후반, 그는 꽤나 이력이 붙은 형사다. 부부간의 사랑도, 삶에 대한 열정도 점차 식어가는 권태로움에 빠져 있다. 여전히 첫사랑 순임은 잊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신참내기 형사로 과격한 폭력성을 몸에 익혀가던 그다. 영호의 삶을 되짚어가다 보면 어느덧 21살의 전방부대 신병 영호를 만난다. 행선지도 모른채 군용트럭을 타고 온 곳이 광주. 80년 봄 광주의 한가운데 있던 그는 그곳에서 밤늦게 귀가하던 여고생을 당황한 나머지 총으로 쏴 죽이고 울분을 토한다.
 그 영호의 1979년 20살은 순임과 함께 야유회를 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말없이 주고받는 깨끗한 영혼의 표상이다.
 이렇듯 한 남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에는 눈물과 아픔, 추억과 감동, 사랑과 젊음, 분노와 열정 등이 모두 녹아있다. 마흔살의 추락하는 중년의 때를 조금씩 벗겨내 스무살의 순수한 젊음을 보여주는 과거로의 여행이 이어진다.
결국은 `오늘’의 우리 모습을 진지하게 통찰하라는 여운이 담겨 있는 듯하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을 제작한 이창동 감독의 대뷔 두번째 작품으로 1999년 제4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소개되면서 비평과 흥행 모두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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