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뉴스1] 이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팬들의 실망감은 분노와 허탈감을 넘나들고 있다. 단계가 심해지면 아예 등을 돌리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아예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이해가 된다.
축구대표팀이 14일 오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3으로 졌다. 2골을 먼저 내준 뒤 어렵사리 2골을 따라잡아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으나 역전이 아닌 외려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완패였다. 아무리 원정에서 계속 고전하고 있었다지만 카타르라는 팀을 상대로 시종일관 끌려 다니던 모습은 팬들의 한숨을 나오게 하기 충분했다. 경기 주도권을 내내 카타르가 쥐고 있었다. 개인전술도 부분전술도, 전체적인 팀으로서의 완성도도 모두 카타르가 앞섰다. 에이스 손흥민이 전반 34분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 핑계로 버티긴 힘들다.
한국이 그나마 잘한 것은 후반 10분을 넘기면서 몇몇 선수들의 집중력으로 2골을 따라잡았다는 것 정도다. 그때 분위기는 좋았다. 사실 과거의 한국이었다면 흐름을 타서 경기를 뒤집는 것도 가능했다. 상대가 알아서 쓰러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은 두려운 호랑이가 아니었다.
2골을 내주고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던 카타르는 후반 29분 다시 앞서 나가는 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힘들 게 맞춘 균형이 깨지자 이내 어수선해졌다.
이날 선수들은 대표라는 타이틀이 머쓱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축구 선수에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킥과 트래핑을 제대로 구사하는 선수를 보기가 힘들었다. 실수 연발이었다. 전술이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나중에 지적할 문제다. 감독이, 그 팀이 표출하고 싶은 축구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공을 정확히 주고받지 못한 탓이다.
정지된 장면에서의 모습들이 대표적이다. 프리킥이든 코너킥이든, 한국은 이날 세트피스를 거의 모조리 날려버렸다. 말 그대로 날렸다. 키커들이 워낙 공을 부정확하게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팀 내에서 킥이 좋다는 이들이 데드볼을 처리하는 법인데 민망한 수준의 궤적들을 많이 보았다.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니 약속된 플레이는 바랄 수 없었다.
수비진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화려하게 보였던 것은 우리가 그만큼 쩔쩔맨 탓이 크다. 한국 진영으로만 공이 넘어가면 불안했다. 지난 3월, 중국 창사 원정에서 0-1로 패했을 때 대표팀의 핵심 멤버인 기성용과 구자철의 넋두리가 또 다시 들리던 경기다.
당시 기성용은 “지금은 감독이나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대표팀의 수준이 아니다. 공을 받아도 간수하지 못하고 다 빼앗긴다”면서 자질과 실력 부족을 꼬집었다. 구자철은 “국가대표 유니폼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정신적으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나라와 축구인들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신적 나약함도 비판했다.
FIFA 랭킹 88위이자 A조 최하위인 카타르는 당당하게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선수들은 오합지졸이었다. 한국 축구의 오랜 미덕이던 투지와 근성도 잠시잠깐이었다. 긴장된 무대에 섰다고 킥은 실수투성이고 몸이 내내 경직되어 있다면 대표 자격이 없다. 선수들 문제도 있다. 물론, 그런 선수들을 그냥 보기만 하고 있는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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