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사진 속엔 메모가 덧붙여져 있다. 8+6이란 덧셈 다음에 세로로 길게 줄을 그어 그 다음에 오는 +9와 나누고 8+6 아래쪽엔 `돈’이란 글짜를 동그라미로 둘렀으며 다시 그 아래쪽엔 `해결’이란 낱말이 역시 동그라미 안에 적혔다. `+9’ 밑에는 `강경’이란 단어와 `○○可`라는 석자가 각각 동그라미 안에 갇혀있다.
지난 25일 국회 회의장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이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보여준 아프간 피랍자 협상관련 메모라는 사진설명이 붙여진 이 사진 속 숫자와 문자가 뜻하는 바를 짐작하긴 그리 어렵지 않다. 23명은 각각 8, 6, 9명씩 세 곳에 분리 억류돼 있다는 말임을 알 수 있고 인질 석방에 대한 전망을 적은 것으로 추측할 만하다. 아마 멀리서 두 사람의 접촉을 포착한 망원렌즈가 그 메모지에 포커스를 맞추었을 것이다.
이미 한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어 22명의 인질 생명이 달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당국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협상을 벌이는 중에 주무장관이 파악하고 있는 초특급 비밀이 기자의 렌즈에 포착되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한 컷의 사진이 인질들의 무사귀환에 혹 어떤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9자’ 아래의 `○○可’라는 낱말이 영 마음에 걸리는 하루다.
정재모/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