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센 로비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 일본 정부에 공식적이고 분명한 시인 및 사과,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HR 121)을 마침내 채택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깊이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월 마이클 혼다(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위안부 결의안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지지 발언만 있었지 반대 토론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일본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의회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 주장의 부당성을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일본 제국주의의 인권유린과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번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노골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일본의 지도급 인사들이 워싱턴 포스트에 `위안부 동원에 강압이 없었고 위안부들은 대우를 잘 받았다’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는가 하면 일본계 대니얼 이노우에(민주당) 상원의원은 결의안 반대 성명을 냈다. 심지어 가토 료조 주미 일본대사는 미 하원 지도자들에게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양국의 우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해 온 일본의 입장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로비가 진실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내 한인사회의 노력을 높이 사야 한다. 이번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승리였다.
한인들은 일본의 대대적인 로비 공세에 맞서 미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대로 위안부 강제 동원의 부당성과 결의안 채택의 의미에 대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과 서명 운동, 위안부 할머니의 의회 증언, 연방 하원 로비데이 행사 등을 전개했으며 중고등학생들조차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보탰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어려운 시절을 보낸 미국 내 한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신장되기를 기대한다.
결의안 채택은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결의안이 요구한 대로 위안부들의 고통에 대해 공식적이고 명백하게 사과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결의안이 통과되자 “이렇게 한을 풀어 주는 시작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일본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독일은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를 준 주변국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자세를 보였다. 강대국이라면 그에 걸맞은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고령인 이 할머니들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정한 규범에 따라 최대한 보상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꾸준히 찾아내 일본이 결국 공식 사과와 보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양심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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