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지역 이야기… 장구 가락으로 생명 불어넣는다
  • 이경관기자
잊혀져가는 지역 이야기… 장구 가락으로 생명 불어넣는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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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연 국악창작그룹 ‘사이’ 대표
▲ 김도연 대표 공연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이경관 기자의 문화피플

 장구 가락이 나빌레라.
 하늘과 땅을 가득 울리는 그 가락이 포항을 감싸 안았다.
 우리의 소리를 통해 잊혀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국악창작그룹 ‘사이’ 김도연<사진> 대표.
 김 대표는 ‘사이’뿐 아니라 우리지역의 대표 풍물패인 ‘맏뫼골 놀이마당 한터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활동이 왕성하다. 근황은.
 “올해 창작과 연주, 교육 등 다방면에서 바쁘게 보냈다.
 특히 지역의 스토리로 창작한 공연 ‘안녕 강치야’와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를 포항시민들에게 선보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도전을 해봤는 것과 그 도전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현재 소속팀인 한터울 정기공연 준비와 다양한 국악 교육, 연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악창작그룹 ‘사이’와 ‘맏뫼골 놀이마당 한터울’ 등 소속된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포항에는 시립국악단이 없어 지역민들이 국악 무대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내가 소속된 국악창작그룹 ‘사이’와 ‘맏뫼골 놀이마당 한터울’은 우리 음악을 하는 단체로 연주와 창작,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악은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우리 음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악에 대해 어려워하고 있거나 진부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국악창작그룹 ‘사이’는 국악에 현대의 감성을 가미한 곡을 직접 창작해 공연을 하고 있고 국악 전문 연주단체인 ‘한터울’은 풍물을 포항시민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무대의 소중함을 알아서일 것이다.
 무대 경험은 예술가를 프로로 만든다.
 올해 포항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재단과 함께 다양한 무대를 꾸몄다.
 후배 중 한 명이 내게 “지역 무대에 선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일인 줄 몰랐다”고 말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들에게는 무대가 필요하다.
 많은 후배들이 프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최근 참여한 창작공연 ‘안녕 강치야’와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 등 지역의 스토리를 국악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나.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에게 지역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숙명이 아닐까.
 ‘원소기호 26번 쇠 이야기’는 세마치 장단이 대장간의 철을 두드리는 망치장단에서 만들어졌다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지역을 상징하는 철과 그 철을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국악과 미술, 무대연출이 더해진 퓨전공연이었다.
 ‘안녕 강치야’는 우리토종 바다사자인 ‘강치’와 강치의 멸종사를 통해 사라져버린 인간성을 노래한다.

 국악창작극으로 국악뿐 아니라 연기 등이 함께 꾸민 무대다.
 이 두 공연을 하며 느낀 것이 있다.
 예술가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건 결국,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것.
 지역민들이 이 두 공연을 하면서 보여준 뜨거운 반응은 ‘공감’이었다.
 포항을 상징하는 ‘철’과 우리가 안고 있는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고유의 소리인 국악으로 했을 때의 울림이 컸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은 뿌리를 바탕으로 전할 때 진정성이 확보되고 그 진정성이 공감으로 확대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 하면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하더라.
 물론 우리 고유의 음악이기때문에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이 단지 기존의 곡을 재해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뿌리를 알고 그 뿌리가 주는 자양분을 받아 새로운 가지로 뻗어나고 또 시간이 흘러 새싹을 틔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전통을 현대적으로 꽃피웠다고 할 수 있다.”
 
 -국악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활동도 활발하다. 그 이유는.
 “국악을 기반으로 창작과 연주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이 우리 음악에 대한 편견이었다.
 교육은 그 편견을 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행동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우리의 음악을 편견 없이 듣고 즐기기 위해서는 교과서 속의 어렵기만한 국악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직접 연주한 것을 녹음해 들려주며 아이들과 교실에서 강강술래도 직접해보고 수업 때마다 국악기 하나씩을 아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국악만 나오면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국악 장단을 즐기게 됐고, 우리 팀 공연이면 맨 앞 줄을 차지하는 극성 팬이 되기도 했다.
 국악 교육은 또 전공자들에게도 좋은 무대가 되는 동시에 국악의 저변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지역문화 발전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 포항은 문화관광도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문화 인식이 많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전반적인 문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지역예술가들에게 재능기부를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가 지역예술가들을 힘들게 한다.
 지역예술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져야하고 지역 문화예술행정이 지역예술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지역예술가들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연주와 창작, 교육활동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선보인 ‘안녕 강치야’를 순회공연 용으로 축소 제작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 최근 공부하고 있는 동해안별신굿에 더 집중하고 싶다.
 음악적 역량을 키워 국악인으로도, 후배들에게도, 나 스스로도 멋진 예술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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