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호 농협경제지주 경북지역본부 부본부장
어린 시절 동네에 무슨 큰 잔치가 있을라치면 할머니는 늘 ‘계란’과 ‘쌀’을 준비해 가지고 가셨다.
짚 풀을 얽어 만든 ‘계란 줄’과 누런 종이 봉투에 담겨진 새하얀 쌀은 당시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런 선물이 설탕과 비누로 바뀌는가 싶더니 지금은 흰 봉투에 지폐 몇 장을 넣어 주는 것으로 변해 버렸다.
물론 요즈음도 시골의 정 많은 농촌 교회에서는 현금봉투 대신 ‘성미’란 이름으로 쌀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쌀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이기도 하고 교회의 재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데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직까지 아련한 시골 농촌정서가 남아있는 것 같아 벌써 맘이 따뜻해진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친구 집들이나 명절 때 친척들에게 쌀을 선물하곤 하는데 예상외로 안주인님들이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데 나 스스로도 그런 별명을 좋아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은근히 자칭 ‘환경운동가’ 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또 이런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지금 받은 쌀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첨병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는 새로운 환경보전운동을 하고 있는 것 입니다.”
사실 이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론적으로도 ‘쌀 농업의 다원적 기능’ 이란 것이 있고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고향 땅에서 자라고 있는 벼가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의 공기를 정화하고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수질을 정화하고 홍수 예방까지 한다는 얘기 인데 연간 약 20조원 정도의 환경보전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
올해는 쌀 값이 다른 해에 비해 안정적인 긴 하나 문제는 쌀 소비둔화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느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고 환경마저 보존할 수 있는 쌀을 선물하는 것도 우리 생활 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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