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이른바 ‘오너 3세 갑질’
  • 뉴스1
대한항공의 이른바 ‘오너 3세 갑질’
  • 뉴스1
  • 승인 2018.0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대한항공 사건 ‘시즌2’로 해외언론에 갑질(Gapjil)이라는 용어가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위키백과에도 등재되었다. 위키에는 ‘Owner Gapjil’의 한 사례로 이번 사건이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 내에서 늘 있는 풍경이 좀 극단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나아가, 나라 전체에서 늘 있는 일의 특이한 변종이다.
필자는 학교라는 나름 예의 바른 환경에 들어오기 전에 바깥세상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들은 경험이 있다. 한국사회는 그다지 예의바른 곳도 주위 사람들의 인격을 배려하는 곳도 아니다.
회사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반말과 폭언, 심지어는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 외부 손님들까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임직원에게 심한 모욕을 주고 체벌을 가하는 행동도 보았다. 손님까지 뭔가 벌을 받는 것으로 느끼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른바 ‘오너’라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무례한 행동이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회사 내 위계질서가 사회의 양속보다 위였다. 물론 소수다. 필자는 걱정될 정도로 겸손하고 예의 바른 3세도 직접 안다.
효율성을 위해 시장에서의 계약을 대체해서 회사가 만들어졌다. 회사 내 위계질서에서 나오는 통상적인 무례함은 백번 양보해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효율성이라는 명분이라도 있다. 그러나 ‘오너 갑질’은 재산권 차원에서 우위에 있는 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행사하는 정신적 폭행이라는 점에서 좀 다르게 보아야 한다. 또 이번 사건이 더 심각한 것은 계약관계에 있는 외부인에게 갑질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 갑질은 재산적 우위라는 지위를 자신의 조직법 상의 범위를 넘겨 사회적 영역에까지 휘두른 것이다.
‘3세 갑질’이 더 문제인 것은 갑질이 본인의 조직에 대한 기여나 본인의 재산(지분)에서 인정받은 위력에서 나왔다기보다는 ‘부모를 믿고’ 한 것이다.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이 행위유형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연결된 유형이다.

필자는 대형 상장회사의 경영권은 재산권인 지분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경영권은 회사 안팎의 계약 총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은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사될 수 있다. 갑질은 물론 아니다.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에 의하면 오너 갑질 기업의 경우 사건 발생 시는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 재산을 믿고 경영권으로 갑질을 하고 싶다면 내 지분을 따져보라. 
청와대에 대한항공의 국적기 이미지를 박탈하라는 청원이 빗발친다고 한다. 법률적으로야 불가능할 것이다. 회사 주주들과 임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나. 고객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한 3세의 일탈 때문에 보너스 마일리지 포기하고 다른 항공사로 옮기는 불편을 고객이 왜 겪어야 하나.
기업은 사회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경영판단이나 생산·영업활동에 그 이념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된 것이다.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소비재 생산기업이나 유통업, 대한항공같이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기업은 이를 익히 알고 있다. 이런 회사들의 경우 오히려 ‘고객 갑질’이 더 문제다. 고객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회사에서 오너 갑질이 발생한 것은 역설이다.
오늘날의 대기업은 사업목적을 ‘정직’하고 ‘사회에 후한 형태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는 경영진의 리더십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 모두의 품위 있는 언행이 필요하다. 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지켜보기 때문에 그 자체가 기업의 사회에 대한 기여가 된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노스웨스턴대 버나드 블랙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궁극적인 처방은 교육에 있다. 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