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수 천년의 과정 속에서 말은 인간의 정서와 생활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류가 사냥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말을 사람의 용도에 맞게 만들고자 가축화를 통해 말과 인간의 관계도 달라지게 되었다. 최초로 말을 가축화한 것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에 거주하던 유목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의 가축화는 다른 동물보다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으며 한 곳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해당 지역의 환경이나 용도에 따라 주로 고기와 젖, 사역, 전쟁, 레저, 오락 등의 목적으로 다양하게 가축화 되었다. 사역 동물로서 농경에서의 말의 이용은 우리나라에서 소를 이용한 것처럼 무거운 짐을 끌거나 논이나 밭에서 쟁기질 혹은 가래질을 수행하는데 이용하였다. 인류 역사에서 말이 가장 중요하게 활용된 것은 전쟁에서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대포 등 무거운 군수품 및 전차를 끌거나 기마병의 전쟁 승리에 기여한 것등이 이에 해당된다.
유럽을 정복한 몽골의 징기스칸이 인류 전쟁사에서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몽고말이 있다. 몽고말의 후예는 현재 아이슬란드, 제주도, 일본 등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말로서 체고가 140cm 내외로 눈속에서도 풀을 찾아 생존할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추위에 잘 견디며 발굽이 튼튼하고 지구력이 강하고 좁은 공간이나 산악에서 움직임이 뛰어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후 말은 산업사회의 발전으로 인해 농경과 전쟁에서의 용도가 점차 퇴색되어 주로 말고기(육용)로 이용하게 되었다. 현재 말고기는 몽골,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위시하여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지에서 주로 생산·가공되어 많이 애용되는 기호품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구마모토현을 중심으로 말고기(마사시로 명명) 시장이 크게 발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말의 부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향장 제품이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의 도축은 제주와 경산, 두 곳에서만 하고 있으며 주로 식용이나 향장품 가공에 이용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말의 용도는 주로 경마와 승마 등 말을 이용한 스포츠 혹은 레저에 초점이 맞쳐 있고 최근에는 재활승마를 통한 치료 및 힐링 분야로 점차 그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경마는 말을 소유하고 있는 말 주인이 자신의 말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알아보고자 상대방의 말과 단순히 달리기를 시키는 것에서부터 유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마란 경주거리 등 정해진 조건하에서 기수가 기승한 상태에서 2두 이상의 말을 달리게 하는 경기에 고객이 돈을 걸고 즐기는 성인 레저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더러브렛종의 등록업무나 유전자 검사업무를 모두 한국마사회가 담당하고 있어 공정성이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하루 속히 두 업무의 수행이 분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말의 경우에는 더러브렛종처럼 제주도에서 담당하고 있어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승마의 역사는 기병들의 승마 기술 발전과 맥을 같이하여 1912년 국제승마연맹이 태동하면서 현대 승마로 발전되었다. 기승술에 관한 최초의 문건은 그리스의 역사가인 크세노폰(기원전 430년~354년)의 책에서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인간과 함께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협력하게 한다’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오늘날 말 관계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에 대한 사랑이라고 본다.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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