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소리없는 암살자’ 때문에 대한민국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연일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못해 “이민 가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가 하면 미세먼지 공습에 무기력한 정부대책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로 인해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할 만큼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며,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일상화됐다. 그야말로 ‘미세먼지 공포의 아비투스(일상 속의 관습)’라 할 만하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벌써 일주일이 되도록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격이나 다름없다. 서울지역에서는 총중량 2.5톤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제한에 들어갔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사업장과 공사장의 비상저감조치 참여, 화력발전 출력 제한 등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잿빛 하늘은 옅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는 지자체와 공조만 잘 된다면 충분히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고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보다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현재 공공부문에서 시행하고 있는 차량 2부제를 민간에도 확대하는 등의 국민 기본권 제한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일 미세먼지로 국민들의 고통이 심화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피해와 고통을 겪고 계셔서 마음이 무겁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반성을 할 곳이 어찌 정부 뿐이겠는가. 모든 책임을 정부에만 떠넘기고 당리당략에 매달려온 국회의 잘못이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다. 현재 국회에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53건이나 접수됐지만 공전(空轉)으로 인해 모두 계류 중에 있다. 그들이 국민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 까닭이다. 사상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정부 탓만 하며 공방(攻防)을 벌이기에 여념이 없다. 국회는 책임 전가에 앞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관련 법안들을 하루 속히 통과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 연휴에 책임을 따지는 게 순서가 아닌가.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미세먼지를 몸 밖으로 배출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삼겹살과 소주를 함께 먹으면 식도에 쌓인 미세먼지를 씻어내릴 수 있다는 속설(俗說)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있는 사람들이야 활동을 자제하고 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하면 그나마 건강유지에 도움이 될 터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서민들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이제 삼겹살과 소주에도 기대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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