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천고마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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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천고마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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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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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은 맑고 요사스러운 별은 지다.(雲淨妖星落)/가을 하늘은 높고 변방의 말은 살찌겠구나. (秋高塞馬肥)/말안장에 기댄 대장부의 칼은 흔들거릴 터(據鞍雄劍動)/붓 들어 몇 자 적어 날려 보낸다(搖筆羽書飛).’ 당나라 초기 시인으로 두보의 조부이기도 한 두심언(杜審言)의 시다. 추석이 지나고 하늘빛이 눈이 시리게 푸르러지면 하는 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출전이다.
 당 중종 때 변경 수비의 임무를 띠고 북방 요새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그리워서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었다는 시다. 오랑캐를 침략을 대비하며 외롭게 지내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는 정이 눈에 잡힐 듯한 시다. 그런데 이 시는 두심언이 변방의 요새에 직접 근무할 때 승전보를 중앙에 보내고서 쓴 시라는 설도 있다.
 시구가 아니라면 `추고(秋高)’를 `가을하늘’로 번역할 아무런 자의(字義)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하늘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마 가을하늘이 높았던 때문이리라. 그러나 당나라 때의 가을은 추수를 한 변방 사람들의 곡식을 노린 흉노의 침입이 언제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때라고 한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로서의 요즘 가을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높은 하늘, 말이 살찌는 가을이다. 하지만 하늘은 가을답지 못하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9월의 흐린 날이 스무날을 넘었다. 시월 들어서도 푸르러야할 하늘은 거의 매일 구름에 가려 흐릿하다. 이번 주말에도 가을비가 내릴 거란 예보다. 날씨가 이러하니 곡식이 제대로 못 여물고 과일도 단맛이 덜하다. 배추값은 벌써 한 포기 7천 원이 넘었다. 대통령 방북 이후 `국민’들 입에선 갑자기 `인민’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시절이 하 수상하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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