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포 해리 케인 부상으로 찬스 잡을 확률 높아
손흥민의 여러 가지 가치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타성’이다. 평소에는 펄펄 날다가도 정작 중요한 순간 ‘새가슴’이 돼 가진 것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손흥민은 멍석이 깔렸을 때 꽤나 잘 뛰논다. 지난 10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그랬다.
손흥민은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대회 8강 1차전에 선발 출전,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팀에게도 또 손흥민에게도 여러모로 가치가 컸던 득점이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후반 33분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침투 패스를 받아 박스 오른편으로 파고들었다. 첫 터치는 불안했지만 손흥민은 높은 집중력으로 공을 지켜냈고 파비안 델프를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스스로 결정을 지어야한다는 의지가 느껴지던 움직임과 함께 기어이 해결했다.
손흥민 덕분에 토트넘은 4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올 시즌 유일하게 남은 타이틀을 향한 희망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시즌 4관왕에 도전하는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잡았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최근 정규리그 5경기에서 1무4패로 곤두박질쳤던 토트넘은 최근 2연승으로 흐름까지 반전시켰다.
손흥민의 이 득점은 팀의 간판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빠졌을 때 터져 보다 돋보였다. 이날 케인은 후반 10분 상대 파비안 델프에게 발목이 밟히는 부상을 당했고 그대로 실려 나갔다. 확실한 결정력을 지닌 주포가 빠지자 맨시티는 더 공세를 높였을 정도로 토트넘에게는 위기였다. 안방에서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던 상황인데 손흥민이 구해냈다.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각종 대회를 통틀어 18호 득점에 성공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지난 2월14일 도르트문트와의 16강 1차전 이후 두 번째 득점으로, 이 골과 함께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10호골 고지에 올랐다. 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전설인 막심 샤츠키흐에 이은 아시아인 두 번째 기록이다. 샤츠키흐는 디나모 키예프에서 활약하며 챔피언스리그 통산 11골을 넣은 바 있다. 차근차근 기록을 수집중이다.
이제 관심은 개인 한 시즌 최다골 경신 여부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기대해 봄 직하다. 2018-19시즌 현재까지 손흥민은 정규리그 12골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2골, 리그컵(카라바오컵) 3골, FA컵 1골로 18번 축포를 쏘아 올렸다. 지금까지 그의 한 시즌 최다득점은 2016-17시즌에 달성한 21골(리그 14골, 챔피언스리그 1골, FA컵 6골)이다.
토트넘은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도 있다. 손흥민이 모두 출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7경기에서 4골을 넣어야 ‘경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니 쉬운 도전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지점도 아니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는 판도 잘 깔렸다.
맨시티전 이후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매우 슬프고 실망스럽다. 남은 시즌 동안 (케인이)그리울 것 같다”는 말로 ‘시즌 아웃’ 가능성까지 열어 놓았다. 케인이 출전할 수 없다면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될 공산이 크다. 올해 초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포체티노는 ‘손 톱’을 활용한 바 있다. 성과도 좋았다. 손흥민은 케인이 빠진 상태에서 뛴 4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은 팀이 필요로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담대한 배짱을 지닌 선수다. 영국의 BBC는 손흥민을 향해 “지치지 않고 이타적이면서도 골 결정력과 책임감을 갖추고 있다”는 말로 해결사 본능을 주목한 바 있다. 케인이 빠지면서 더 많은 기회가 찾아 올 수 있다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기록 제조기’ 면모를 과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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