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메이저 4강 기염… 12일 새벽 에콰도르와 4강전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대박 사건’을 만들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소위 ‘메이저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때로는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도 쩔쩔 매는 한국축구임을 떠올리면 상식적으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9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정정용호는 한국 축구사 6번째로 메이저대회 4강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팀으로 남게 됐다. 그 전에 5번이 더 있었다는 뜻인데, 기적의 첫 출발은 바로 정정용 감독이 목표로 삼았던 1983년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 감독은 “선수들이 우승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는데, 개인적인 지향점은 ‘어게인 1983’”이라며 “한계에 도전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원조 붉은악마’들은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현 U-20월드컵)에 출전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스코틀랜드, 호주, 멕시코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1차전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패했을 때만해도 행보는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멕시코를 2-1로 제압하고 첫 승을 거뒀고 최종 3차전에서 호주 역시 2-1로 꺾고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루과이와의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물론 당시는 16개 국가가 참가했을 때라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곧바로 8강이었으니 지금과 똑같이 비교하긴 어렵다. 그래도 폄하할 수는 없는 기록이다. 당시 대표팀은 4강에서 브라질에 1-2로 패해 대회를 마쳤다.
이후로는 더 없을 것 같은 세계 4강이었으나 번번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히려 놀람의 강도는 더 세졌다.
2002년 다음 배턴은 여자축구가 이어받았다. 2010년 같은 해에 믿기 힘든 성과가 동시에 쏟아졌다.
지난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정상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대회이고 또 연령별 대회라 조금씩 기억이 바래져가고 있으나 한국이 FIFA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든 성과다. 그리고 그해 U-20 여자월드컵에서도 한국은 3위를 차지했다.
17세 대회에서는 여민지라는 신데렐라가 8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선보이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고 20세 대회에서는 한국 여자축구의 자랑 지소연이 펄펄 날았다.
FIFA 주관 대회는 아니나 23세 대표팀이 참가하는 가장 큰 대회인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4강에 오른 적 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로 ‘홍명보의 아이들’이 사고를 쳤다. 당시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등을 중심으로 팀이 구성됐으며 박주영과 정성룡 등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던 홍명보호는 8강에서 영국 단일팀을 승부차기 끝에 따돌렸고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 한국 축구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그리고 2019년 ‘막내 형’ 이강인을 비롯한 정정용 감독의 제자들이 또 한 번 대이변을 일으켰다. 정 감독은 세네갈을 꺾은 뒤 “(1983년 4강을 재현하겠다는)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감독부터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까지 모두가 하나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힘”이라면서 “오늘까지만 기쁨을 만끽하고 내일부터 4강에 대비하겠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스토리는 아직 진행중이다. 이제 정정용호는 오는 12일 새벽 3시30분 에콰도르와 4강전을 치른다. 이미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을 줬으니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홀가분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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