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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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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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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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해도 끝이 없고 빛도 나지 않는 일은? 전업주부(專業主婦)들은 열이면 열 모두가 “안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빨래, 음식, 설거지, 청소, 아이기르기, 시장보기…. 이 모든 것들이 한번 하고나면 흔적도 없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안일들이다. 가냘픈 `아가씨 팔뚝’이 퉁퉁한 `아줌마 팔뚝’으로 바뀌면 안일에 파묻혀 살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도 달라졌다. 부엌 가까이엔 얼씬도 않던 남자들도 설거지 정도는 하게 됐고, 거리에선 아기를 짊어진 젊은 아빠들도 쉽사리 볼 수 있다. 세월이 더  흐르면 안일과 담쌓고 자란 남자 어린이는 되레 고달픈 결혼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를 세상이다.
 이렇게 되면 시쳇말로 `네거티브’한 결혼 평가가 판치게 될지도 모른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느니 하는…. 심훈의 `몽유병자의 일기’에 이런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 있다.“가정을 꾸밀 생각도 마라! 조그마한 지옥 하나가 네 손으로 건설될 것이오. 자식을 낳지마라, 그것은 확실히 죄악일 뿐 아니라 미구(未久)에 네 자신이 저주(詛呪)의 과녁이 되리라.”
 통계청이 `바깥일’을 않는 대신 `안일’을 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는 숫자를 내놨다. 아이 기르는 남자 5000명, 안일 하는 남자 14만6000명이다. 모두 15만1000명이다. 2003년 조사 때의 합계 10만6000명보다 42.5%가 늘었다는 계산이다. 바깥에서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3년뒤 똑같은 조사를 하면 어찌 될지 지레 궁금해진다.
 `두 얼굴’을 지닌 현상이다. 여성의 지위향상이 그 하나요, 일자리 잃고 어깨 축 처진 남성의 위상이 나머지 하나다. 본인의 적성과 기질에 맞아 `애보는 남자’가 되는 길을 골랐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어서 들어앉을 수밖에 없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대통령 되겠다는 분들, 심각히 생각해야 할 문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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