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에는 셈법이라도 있다지만 주먹구구는 정밀하지 못하다. 셈이 두루뭉수리고 대충대충이다.`흥부전’에 주변머리 없는 흥부내외가 주먹구구를 놓고 쓸까스르는 대목이 나온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기어주소, 톱질이야. 우리집이 가난하기 삼남에 유명터니 부자득명 만만재물 일조에 얻었으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아까 나온 약이 얼마나 되는지 구구 좀 놓아볼까.” 훙부하는 말이 “자네가 구구를 놓을 줄 아는가.” 흥부아내 대답이 “주먹구구라도 맞었으면 좋지”하며 소리를 한다.-
흥부아내 말마따나 주먹구구라도 맞아야 좋은 게 숫자놀음이다. 주판이 유일한 계산기였던 시절 친척 가운데 은행원이 한분 계셨는데 월말이면 늘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장부가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푼돈에 차이가 생겨 그걸 찾아내느라 눈에 불을 켜다시피 하는 탓이라고 했다. 이런 곳이 어디 은행뿐이랴. 헤아리고 꼽아나가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후 핵연료봉’장부숫자가 원자력발전소의 재고량과 차이가 나 국정감사장의 논란거리가 됐다고 한다. 울진3호기는 장부 기록보다 13개 많았고, 울진 4호기는 1개가 더 많았다. 그런가 하면 고리1호기는 44개, 고리3회기는 4개가 적었다는 국감자료가 어제 본보에 실렸다. 중저준위 폐기물 드럼은 1219개나 누락됐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에대해 “회계방식이 바뀌어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총량은 딱 들어맞는데 회계방식이 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 고사도 생각나고, 주먹구구도 생각나는 한수원 셈법이 사람 영 헷갈리게 만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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