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성찬 요리만큼 맛깔나는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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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성찬 요리만큼 맛깔나는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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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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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실력이 아니라 `마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의 주인공 쥐 레미의 대사 중 하나다. 우리는 음식에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차리는 매 끼니,  친구들끼리 나눠먹는 도시락,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음식까지…. 사람 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아낸 영화 `식객’이 1일 관객들과 만났다. 눈으로 보아도, 가슴으로 음미해도 여운을 남기는 이 두 영화는 우리가 잠시 잃어버렸던 열정과 용기라는 `인생의 미각’을 돌아보게 해 줄 것이다.
 
 
 
 
 
새영화 '식객'
 
허영만 동명만화 원작
스크린에 옮긴 맛의 향연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극장에 들어서는 관객이 가장 먼저 기대하는 것은 스크린 밖으로 상큼하고 구수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 침을 꿀꺽 삼키게 할 정도로 각종 음식을 구성지게 담은 화면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식객’(제작 쇼이스트ㆍ지오엔터테인먼트)은 색색의 요리 자체보다는 사람 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맛깔나게 접시에 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영화는 2시간의 상영시간으로는 드라마 `대장금’처럼 매회 새로운 요리의 향연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대신 영화는 요리대회를 큰 줄기로 삼고 어(魚), 우(牛), 적(炙) 등 겨루기 한 판당 주어지는 음식 소재에 얽힌 맛과 사연을 가지로 뻗어나간다.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점으로 소문난 운암정. 운영자 만식(김진태)의 손자 봉주(임원희)와 만식의 제자 성찬(김강우)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황복회로 대결한다.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요리를 내놓지만 성찬의 회를 먹은 심사위원들이 갑자기 복어 독에 중독돼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5년 뒤, 조선의 마지막 궁중 요리사였던 대령숙수의 칼이 일본에서 발견된다. 칼을 일본으로 가져갔던 일본군관의 후손은 주인에게 칼을 돌려주고 사과하겠다며 조선 궁중요리의 적통을 뽑는 요리대회를 연다.
 복어 사건 이후 요리사의 길에서 벗어나 야채와 과일을 팔며 살아가던 성찬은 요리대회를 취재하는 VJ 진수(이하나)의 끈질긴 권유와 5년 만에 만난 봉주의 경쟁심과 적의에 오기를 갖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는다.
 수 일 동안 펼쳐지는 예선에서는 새로운 재료가 하나씩 과제로 주어진다. 다른 경쟁자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가운데 진수와 봉주는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 과정에 운암정의 과거에 얽힌 비밀이 베일을 벗는다.
 등장인물들이 흰색 모자를 쓰고 회를 뜨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전반부에는 다소 일본색이 섞여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최고의 맛을 찾아 들판과 산속을 헤매면서 사람 냄새 풍기는 우리네 이야기라는 본연의 자리를 찾아간다. 영화 속에 끼워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속 깊다.
 요리대회를 둘러싼 주인공과 경쟁자의 선악 구도는 진부하지만 분명 효과적이다. `식객’처럼 방대한 양의 에피소드가 있는 원작을 끌어안으려 하다 보면 이야기의 중심축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큰 흐름에서도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다만 요리대회의 큰 틀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음식재료를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끼워넣다 보니 무리한 설정이 군데군데 나오는 점, 윗세대의 비밀이 뒤늦게 풀리면서 초반부에는 성찬이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정상에 오르려 하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주연배우 김강우는 넉살 좋은 성찬 캐릭터에 성실하고 듬직한 매력을 덧붙였고, 이하나는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등에서 보여줬던 발랄하고 엉뚱한 개성을 영화에서도 살렸다.
 영화를 연출한 전윤수 감독은 2001년 `베사메무초’로 데뷔했으며 지난해 `파랑주의보’를 내놓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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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라따뚜이'
`대장금’ 생쥐의 맛있는 활약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쥐가 출현하면 밥맛이 달아나는 것은 물론 다시는 그 식당에 발걸음을 안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듯 불결함의 대명사로 혐오 대상인 쥐가 사실은 그 식당의 숨은 요리사라면? 쥐가 음식을 갉아먹는 것이 사실은 음식의 신선도를 검사하고 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 쥐를 `대장금’의 반열에까지 올렸다. `라따뚜이’는 주방 출입 금지 1호인 쥐가 절대 미각으로 인간들의 세상에서 요리를 한다는 기발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여기에 갈수록 진화하는 픽사 스튜디오의 기술과 만나 현실감을 더한다.
 생쥐 레미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네발로 기어다녀야 하는데 음식을 먹는 앞발을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더러운 음식을 훔쳐먹는 것을 보면서 제발 쓰레기를 먹지 말고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외친다.
 선천적으로 미각과 후각이 발달한 레미는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파리의 별 다섯 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간 요리사 몰래 수프의 간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손바닥만 한 작은 생쥐가 어떻게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레미는 국자 등 각종 요리기구를 타고 넘으며 서커스를 하듯 부글부글 끓는 솥에 양념을 뿌리고 재료를 붓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리드미컬한 지 관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라따뚜이’가 안내하는 대담무쌍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런데 레미의 역할은 음식의 간을 몰래 맞추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 들어온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와 의기투합, 링귀니의 요리 모자 안에 숨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링귀니의 요리를 코치한다. 거대한 로버트 태권브이를 꼬마 철이가 운전하는 것처럼 레미는 인형놀이를 하듯 링귀니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각종 산해진미를 만들어낸다.
 링귀니와 레미의 이러한 비밀스러운 협업은 그러나 곧 욕심과 정체성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링귀니는 요리의 성공이 자신의 재능인 것처럼 여기며 자랑하고 레미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들 앞에 나서서 요리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괴로워한다.
 `라따뚜이’는 엉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귀여운 애니메이션에 머물지 않고 `슈렉’의 풍자와 `해피 피트’의 질문을 함께 안고 가고자 한다.
 레미를 감화시킨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Anyone can cook)”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구스토의 말은 신분, 처지, 생김새에 대한 편견을 경계한다.
 하지만 메시지를 실으려는 욕심은 과했다. 뜻은 가상했지만 뭔가 억지스럽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29일 개봉, 첫주 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전체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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