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원 가까운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가 세금징수 시효가 지났다는 법원 판결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이 모 법무법인 대표 정모(54) 변호사가 국세청이 부과한 45억여 원의 종합소득세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정 변호사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이 국민정서를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다.
정 변호사는 1992년 이 씨 종중 등 43명으로부터 과거 종중이 소유하다가 국가가 수용한 토지를 되찾는 소송을 수임했고, 승소할 경우 종중이 얻는 금액의 40%를 수임료로 받기로 약정했다. 1995년 법원 판결에 따라 종중이 국가로부터 167억여 원을 배상받는 것으로 끝났고 정 변호사는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위법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국세청은 2005년에야 정 변호사가 수십억 원의 수임료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국세청은 정 변호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했다고 간주해 종합소득세 45억여 원을 부과했다. 정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청구를 냈으나 국세심판원은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탈세에 대한 당연한 판정이다.
문제는 정 변호사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이다. 법원도 정 변호사의 탈세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탈세하기 위해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세금 징수 시효(5년)가 지났다”며 면죄부를 줬다. 정 변호사가 세금을 누락했다면 그건 탈세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법원이 정 변호사에 대해 그토록 관대하게 법을 해석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정서를 깡그리 무시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신정아·정윤재 구속영장 기각도 그렇다. 이번 정 변호사에 대한 판결도 `법조 동지’를 봐주기 위한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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