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짧아진 가을을 차마 보내기 싫어 초겨울이란 말조차 입에 올리지도 않는 판인데 느닷없이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마치 나치의 블리츠크리크처럼 우리를 급습했다. 청송, 봉화 같은 경북 북부 산간지역은 최저 영하 10도 안팎을 기록했다는 날씨 기사를 보며 감기환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은 없는지 살피게 되는 것은 직업 탓인가. 얇은 옷 입고 건강 자랑하다가 속절없이 고뿔 신세 지는 사람이나 없으면 좋겠다.
더 심란한 것은 준비없이 맞는 겨울추위다. 울릉도에선 연탄확보전쟁이 붙었다든지, 아직 김장 못한 아낙네들은 `금장’걱정에 허둥댄다는 소식을 듣다보면 장갑끼고 마이크 잡은 기자의 손에 닥친 동장군이 실감난다. 이나마도 나은 편이다. 집없이 떠도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추운 밤을 보낼 것인가. 티즈데일의 `겨울밤’이 생각난다. “유리창엔 성에가 깔리고/이 저녁 세상은 몹시 차갑다//달은 무정한데/바람은 식칼로 치는 것같다//신이여 집없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옵소서/헤매다니는 거지들을//….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예년보다 첫추위가 한달가량은 늦었다고는 하나 더 늦게 찾아온다고 마다할 사람은 없을 텐데 싶기도 하다. `수능추위’만은 벗어났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외국인에게 한국의 겨울자랑을 했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분명한 4계절, 3한4온…. 그들도 지금쯤은 한국에 `뻥튀기’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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