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원산지 속이기가 갈수록 기승이다. 제 철을 맞은 김장 재료를 갖고 농간을 부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쌀 또한 예외일 수가 없다. 값싼 외국산 쌀을 국산과 섞거나 포장만 바꿔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이 그 사례들이다. 추곡 수매제가 없어진 뒤로는 시장이 유일한 거래처가 된 농민과 소비자로서는 눈뜨고 앉아 당하는 셈이다.
시장 개방 초기와는 달리 외국산 쌀의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쌀과 미국산 쌀은 없어서 못 판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우선 값이 국산보다 싼데다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맞으니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산 쌀로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면 이를 식별할 소비자가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국산 쌀로 만든 김밥·떡은 없다고 생각해야 속는 기분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농산품질관리원(농관원)이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쌀 원산지를 속여 판 24곳을 적발했다. 전국 2만3289개 수입쌀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단속한 결과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일 것이다. 음식점, 김밥집, 떡집을 모두 점검한다면 어찌 24곳만 나올 것인가. 단속 인력이 태부족이란 측면을 감안하면 원산지 속이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뤄 짐작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농관원 관계자는 이를 인정했다. 쌀 수입이 늘어나면서 지능적인 위반사범 또한 증가 추세라는 이야기다. 국산 쌀 소비를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해서 해결할 시대는 지났다. 마찬가지로 일부 상인들의 속이기 수법엔 과학을 활용한 식별 능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관원은 DNA분석으로 수입쌀을 가려낸다고 한다. 더 진화된 첨단기법으로 식별시간을 단축할 수만 있다면 인력부족도 어느 정도는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원산지 속이기는 가격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는 한 사라질 리가 없다. 농업 경쟁력 확보가 그만큼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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