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는 해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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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거스르는 해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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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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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국토의 중앙 집중, 그에 따른 불균형이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올해에는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이런 불균형의 문제는 그럼 우리나라만의 것일까. 다른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대도시 집중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분산되고 균형적인 국토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복잡한 분석 없이, 지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수도를 포함한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알만한 세계적 도시들이 바다를 낀 해양도시라는 사실만 떠올려도 알 수 있다. 대도시가 국토의 외곽, 육지와 해양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니, 자연 국토는 고르게 발달하게 된다. 해양도시의 발전이야말로 균형발전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까하는 이유이다.

국토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과 기반시설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이런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계획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학자들은 이런 어려운 작업에 다소나마 힌트를 얻어 보기 위해 다른 분야의 이론들을 가져오곤 했다. 그러던 중 지역 간 인구 이동과 관련해서는 다소 뜬금없게, ‘중력이론’이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력이론은 간단하다. 큰 질량을 가지는 덩어리가 더 강한 힘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또 거리가 가까울수록 당기는 힘은 더 커진다. 중력이론에 따르면 국토는 하나의 천체와 같고, 각 지역들은 크고 작은 별들에 다름 아니다. 각 지역들은 그 규모에 맞는 중력을 가지게 되고, 이 중력에 따라 인구를 흡수하게 된다. 결국, 강력한 대도시들이 인구를 빨아들이며 주변지역을 위성도시로 만드는 것도 중력이론으로 봐서는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우리 국토를 중력이론으로 해석하다 보면 균형발전의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로 수도권은 2500만이 넘는 인구가 집중된, 극히 무거운 별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을 삼키고도 남을 무시무시한 질량이다. 하나의 별을 넘어, 가히 ‘블랙홀’의 탄생이라고 할만하다. 게다가 전 국토가 두 시간 여 거리의 생활권에 이미 진입해버렸다. 수도권의 질량은 커져만 가고, 그로부터의 거리는 줄어 만 간다. 중력을 저항할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지방의 주민들은 많은 기대를 품곤 한다. 수도권으로부터 많은 인적, 물적 자원들이 지역으로 흘러오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이다. 하지만 중력이론은 그 반대를 예상한다. 가까워질수록 작은 별은 큰 별에 오히려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결과도 그랬다. 고속철도가 지방의 활기를 서울로 빼가는 ‘빨대’가 아니냐는 푸념이 나왔을 정도이다. 중력이론은 이렇게 얄밉도록 정확하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려준다.

여러 정권에 걸쳐서 지속되고 있는 균형발전 정책들도 따지고 보면 중력이론을 극복하지 못해 고전 중이다. 혁신도시만 해도 그렇다. 공공기관 등 고급한 일자리를 지방으로 가져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렇게 가져온 조각들은 여전히 서울의 중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혁신도시에 생기는 사라지고, 서울로 돌아가는 게이트가 북적거린다고 한다. 지역에 적은 옮겨 놨다지만, 여전히 수도권의 중력 안에서 떠돌고 있는 양상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균형 잡힌 국토를 가진 나라들에서는 해양도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해양도시가 곧 수도이자 산업과 문화, 경제의 거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이 거점이 되고 내륙이 이들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스레 균형적인 국토를 형성하고 있다. 해양도시를 재생해야 할 이유를 이처럼 균형발전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성장기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실 그랬다. 저 멀리 바닷가에 포진한 산업도시들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서울로부터 끌어당겨 오면서 지역 성장의 거점이 되었었다. 그렇게 중력의 균형추를 잡아주었기에 지방도 성장할 근거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제조업은 예전 같지 않고, 해양도시들은 비어가는 항만과 해안의 쓰임새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하지만 해양도시를 살려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중력의 극복, 곧 균형발전이다. 바다와 결합된 거점을 지역마다 성장시킬 때 국토가 제대로 된 균형추를 잡을 수 있다. 항만과 해안을 다시금 신산업과 해양비즈니스의 거점으로, 그리고 바다 경관과 어우러진 문화, 경제, 관광, 국제기능으로 정비해간다면 서울의 중력을 극복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재생의 시대에 해양도시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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