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 유출’ 30년...“계획적 방류” 검찰 논고문 첫 공개
  • 나영조기자
‘낙동강 페놀 유출’ 30년...“계획적 방류” 검찰 논고문 첫 공개
  • 나영조기자
  • 승인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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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경주엑스포 사무총장
당시 취재 기자로 자료 보관
비밀 배출구로 5개월간 배출
사측 은폐 과정도 상세히 담겨
 
류 “30년 전 사건이지만 당시
대기업 환경범죄 수준 알리려
환경오염 재앙은 현재진행형”

 

류희림 경주엑스포 사무총장

최악의 오염사고로 기록됐던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건’(낙동강 페놀 오염사고)의 검찰 논고문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14일 류희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논고문은 ‘자연환경을 훼손, 오염시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29쪽 분량으로 이뤄졌으며, 계획적으로 페놀을 유출한 정황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논고문은 당시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당시 KBS 대구방송총국 기자였던 류 사무총장이 현장 취재를 하면서 입수해 보관하고 있었다.

법원에 제출된 논고문은 유독성 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철저한 안전관리를 했어야 했지만, 이윤과 편의를 위해 지역민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저지른 최악의 환경사건으로 규정했다.

특히 논고문에는 당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 배출구와 상부 보고과정 등의 내용이 소상하게 드러나 있다. 페놀원액이 유출되기 5개월 전부터 페놀폐수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방류되고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과 사측이 이를 은폐하려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논고문에는 ‘지하 피트(PIT) 안의 폐수를 집수하는 과정에서 탱크가 넘쳐흐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매일 1톤가량의 폐수를 방류함’, ‘폐수가 흘러나간 흔적을 가리기 위해 철판뚜껑 덮어 놓는 등 세심한 보안활동을 함’, ‘지하집수탱크 밑에는 밸브가 설치돼 있어 폐수가 밸브를 통해 배출구로 흘러 나가도록 되어있다’ 등의 상세한 무단 방류 과정이 나열돼 있다.

‘작업반장이 생산부 차장에게 5~6회에 걸쳐 폐수유출 사실을 보고했고 공장장에게도 사실을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은폐 과정도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논고문 내용을 요약하면 설치된 비밀 배출구를 통해 5개월간 370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페놀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고 이 사실을 실무선에서 보고했음에도 간부 직원들이 묵살해 사건을 키웠다는 것이다.

논고문은 공장장과 생산부 차장 등에게 각각 징역 5~3년형을 구형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류희림 사무총장은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건은 30년 전의 일이지만, 미세먼지와 지구 온난화현상 가속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환경오염은 범지구적 재앙으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30년 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 대기업의 환경범죄에 대한 수준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서 검찰 논고문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는 지난 1991년 3월14일 밤 10시께 구미공단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발생했다. 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 동안 무려 30톤에 이르는 페놀원액이 인근 옥계천으로 쏟아져 나와 취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되면서 물을 마신 대구시민들이 극심한 두통과 구토,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대구에서 사고대책 마련 등을 촉구한 한 이재용씨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2006년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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