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장수’의 유임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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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장수’의 유임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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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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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나라 악의는 제나라를 함락한 뒤 그곳 획읍 사람 왕촉이 어질다는 말을 들었기에 사자를 보내 `사람들이 그대를 존중하고 있다. 나는 그대를 1만호의 고을 수령에 봉하고자 한다.’며 함께 하기를 청했다. 그러나 왕촉은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남편을 바꾸지 않는다. (忠臣不事二君, 烈女不更二夫)”며 끝까지 거절했다. 중국고전 십팔사략에 나오는 말이다.
 후일 유교이념의 한 토대가 되기도 한 이 말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도 전통가치관의 하나로 이입되었다. 여말선초(麗末鮮初) 때 여러 신료들이 보인 불사이군 정신은 지금까지도 높은 경지의 가치로 꼽히고 있다. 이방원의 회유를 끝내 뿌리치고 죽임을 당한 정몽주, 수양의 찬탈에 끝내 함께하지 않은 사륙신과 생육신 등 그것을 몸으로 실천한 사람은 수 없이 많다. 그런 연유인지 우리네는 `불사이군’을 보면 선뜻 경의(敬意)가 솟는다.
 김장수 국방부장관이 이명박 차기대통령 측으로부터 장관직 유임을 제의 받았으나 `나는 그래도 참여정부 사람’이라며 고사했다고 한다.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차기대통령 측에서 “김장관의 이미지가 좋고 김정일과 악수하는 모습이 상징적이었다.”며 유임을 타진했던 모양이다. 미상불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북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다른 장관들과 달리 고개를 꼿꼿이 세워서 악수를 나눠 당시 `꼿꼿장수’란 애칭을 얻기도 했던 그다.
 이런 김장관인 만큼 차기 정권으로부터 유임을 제의 받을 만하다. 그리고 그답게 정중히 사양했다. 비록 그 거절은 저 옛날 `불사이군’의 유교 가치에 뿌리를 둔 것과는 경우가 다른 거지만 진퇴를 분명히 할 줄 아는 분이라 싶어 더욱 돋보인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이 장관, 저 장관, 두루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한 시대의 `재상(宰相)’으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웅변으로 들려 그 품격이 빛나 보이는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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