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반 탈레반 논조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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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반 탈레반 논조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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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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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카불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로 공항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국내 한 언론은 ‘나라 뺏기면 이렇게 된다’는 제목으로 이를 대서특필했다.

당시 카불 공항은 아프간인들이 미군 수송기에 타기 위해 바퀴에 매달렸다 추락해 사망하는 등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서특필할 만하다. 그러나 ‘나라 뺏겼다’는 제목은 문제가 있다.

‘팩트체크’를 해 보자.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 남부에서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등장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적 지원 속에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1996년 라바니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그랬던 탈레반 정권은 2001년 알 카에다의 9·11 테러로 위기를 맞는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이 9·11 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은닉시켜 준다며 그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10월 7일부터 공격을 개시했다.

결국 탈레반 정권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했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탈레반은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20년을 버텼고, 결국 15일 수도 카불을 수복하면서 아프간의 지배자로 돌아왔다.

원래 아프간은 탈레반의 나라였던 것이다. 따라서 탈레반에 나라를 뺏긴 것이 아니라 탈레반이 나라를 되찾은 것이 ‘팩트’다.

카불을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카불 공항이 북새통을 이뤘던 것은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샤리아법’에 따른 공포정치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들과 달리 탈레반 재집권을 환영하는 아프간 국민들도 분명 있을 터이다. 그러나 서구 언론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에게 앵글을 들이댈뿐 탈레반 재집권을 환영하는 시민들에게는 마이크를 대지 않았다.

한국 언론은 대부분 현지 언론이 아니라 서구 언론을 받아 쓰고 있다. 서구 언론은 인권을 무시하는 탈레반을 괴물시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언론도 탈레반을 괴물처럼 묘사한다.

특히 서방 언론은 오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탈레반이 여성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17일 ‘탈레반이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는 기사다.

미국의 극우매체인 폭스뉴스가 가장 처음 보도했고, 국내 대부분 언론이 이를 받았다. 심지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도 이를 받지 않았지만 일부 한국 언론은 부랴부랴 추종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와 함께 증거로 제시된 사진은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 지난 8일부터 SNS에서 나돌았던 것이다.

정확한 사건 발생 시점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탈레반이 여성의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여성을 총살했다는 보도는 오보다.

이뿐 아니라 ‘탈레반이 집권하자마자 15세 소녀부터 45세 미만 과부를 이번 점령에 이바지한 전사들에게 선물하려 한다’는 기사도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원문을 보면 여성 명단을 제출하라는 날짜가 적혀있다. 그런데 이슬람력으로 표기된 작성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2021년 7월 10일이다.

따라서 문서의 진위여부를 떠나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마자 이 같은 행동부터 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은 이같이 선정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이 페이지뷰를 더 많이 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탈레반에 대한 혐오는 날로 치솟고 있다.

여성 인권을 경시하는 등 탈레반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나 탈레반을 터부시하는 서구 언론의 보도 태도도 반대한다.

탈레반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나라의 자주를 지키기 위해 거친 산악지대에서 20년을 풍찬노숙했고, 결국 미군을 몰아냈다. 조국을 외세로부터 독립시킨 것이다. 앞으로 8월 15일은 아프간 역사에서 ‘독립기념일’로 기록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8월 15일은 한국의 독립기념일인 광복절이다. 우리 독립투사들도 일제를 타도하기 위해 추운 만주벌판에서 간난신고의 세월을 보냈을 터이다. 탈레반처럼…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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