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엘튼 존, 그리고 다이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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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엘튼 존, 그리고 다이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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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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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노래를 자주 듣는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도 좋지만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PTD)에 더 끌린다. ‘PTD’를 하루 평균 두세 번은 듣는 것 같다. ‘PTD’가 더 끌리는 것은 코로나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러 가지로 심란한 심사가 ‘PTD’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PTD’ 뮤직비디오에는 세계의 남녀노소가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그냥 기분이 좋다. 속이 다 후련하다.

‘PTD’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애드 시런이 공동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PTD’ 노랫말에서 나를 사로잡은 건 리더 RM이 부른 이 부분이다.

“When it all seems like it‘s wrong Just sing along to Elton John”
(모든 게 잘못된 거 같을 땐 그냥 엘튼 존의 노래를 불러봐)
“And to that feeling, we’re just getting started When the nights get colder~”
(그 느낌 그대로 우린 이제 시작이야 점점 밤이 추워질 때~)

애드 시런(30)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다. 셀린 디온, 크렉 데이비드와 같은 가수들과도 컬래버레이션을 한 ‘파워 아티스트’다. 2018년 영국 작곡가상 수상을 비롯해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애드 시런이 공동 작사하고 BTS가 부른 신곡 ‘PTD’에는 왜 ‘그냥 엘튼 존의 노래를 불러봐’란 노랫말이 담겼을까. 같은 영국 아티스트로 존경하는 대선배라서?

켄싱턴 궁전의 다이애나빈 동상

BTS가 신곡 ‘PTD’를 발표한 즈음 외신들은 일제히 영국 런던에서 열린 동상 제막식 장면을 보도했다. 국내 신문들도 이 사진을 크게 실었다. 런던 켄싱턴 궁전 안에 세워진 다이애나빈(嬪) 동상 제막식. 투피스 스커트 차림의 다이애나는 두 손을 벌려 어린아이들의 어깨를 감싸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전의 모습 그대로다.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 왕자는 어머니 동상을 쓰다듬으며 켄싱턴 궁전에서 지냈던 어머니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회억했다. 제막식은 다이애나의 탄생 60주년(7월1일)을 맞아 다이애나가 생전에 좋아하던 궁전 뒤편 성큰 가든(Sunken garden)에서 열렸다.

나는 ‘런던이 사랑한 천재들’을 취재하면서 켄싱턴 가든을 종횡으로 샅샅이 둘러보았다. 켄싱턴궁전은 켄싱턴 가든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찰스 왕세자 부부의 거처인 이 궁전은 시간을 정해 일반에 공개된다. 켄싱턴 궁전의 정문 옆에는 언제나 꽃들로 작은 동산을 이룬다. 그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게 1997년. 어느덧 25년이 흘렀건만 다이애나를 그리워하는 런던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국 문화에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애드 시런은 왜 엘튼 존의 노래를 따라 부르라 했을까. 애드 시런은 이것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아니,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계 문화계에서 엘튼 존(74)의 위상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팝 록 뮤지션 엘튼 존은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다. 젊은 날 반짝했다가 사라진 아티스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1969년 스물두 살로 데뷔한 이래 52년째 창작의 샘이 마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앨범 판매량도 3억장을 넘는다. 그는 기부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기부와 자선 활동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와 명예 훈작(Companion of Honor)도 받기도 했다. 엘튼 존은 세상이 다 아는 동성애자다. 동성 결혼을 했고 남편(데이비드 퍼니시)이 있다. 최근에 그의 생애를 다룬 전기영화 ‘로켓맨’이 나왔다. 생존 인물의 전기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그의 위상을 증명한다.

‘라이언 킹’의 롱런 비결은?

뮤지컬 ‘라이언 킹’이 세상에 나온 게 1994년. 라이언 킹은 이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탄생 30주년을 앞둔 ‘라이언 킹’은 여전히 세계 흥행 1위 뮤지컬이다. 그 찬란한 기록을 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차다.
‘라이언 킹’은 어떻게 한 세대 가까이 독보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을까. 서사 구조와 음악의 완벽한 컬래버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라이언 킹’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차용한 뮤지컬이다. 동생이 왕인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다는 내용의 햄릿에 배경과 등장인물을 아프리카 초원과 사자 무리로 바꿨다. 스토리텔링만 좋으면 저절로 성공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뮤지컬은 무엇보다 음악이 스토리를 받쳐주어야 한다.

‘라이언 킹’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자연과 야생동물이 어우러진 아프리카 초원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어 음악이 흐른다.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 4분이 흐르면 관객은 어느 덧 인류의 고향에 가 있는 듯한 판타지에 휩싸인다. 엘튼 존이 작사가 팀 라이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시킨 음악 덕분이다. ‘생명의 순환’을 시작으로 극이 진행되면서 ‘Chow Down’ ‘The Madness of the King Scar’ 같은 곡이 흘러나온다. ‘라이언 킹’은 1998년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뉴욕을 찾는 여행객들의 브로드웨이 인증사진이 ‘라이언 킹’이다. 민스코프극장에서 라이언 킹 무대를 배경으로 티켓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다. 비록 시차로 인해 상당수가 꾸벅꾸벅 졸면서 보더라도 말이다.(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엘튼 존의 작품이 ‘라이언 킹’ 하나뿐일까. 아니다. 소년 발레리노 ‘빌리 엘리어트’(Billy Eliott)가 기다린다. ‘해리 포터 이후 영국이 낳은 최고의 선물’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광고판의 선전 문구다.
흥행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토대로 뮤지컬로 만들면서 엘튼 존이 음악을 책임졌다. 2005년 런던 극장가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래 빌리 엘리어트 역시 세계 무대에서 흥행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엘튼 존은 ‘Merry Christmas Maggie Thatcher’ ‘Electricity’ ‘The Letter’ 등 18곡을 작곡했다.

엘튼 존이 부른 ‘바람 속 촛불’

엘튼 존은 1997년 다이애나 장례식 때 ‘바람 속 촛불’(Candle in the Wind)을 불렀다. ‘바람 속의 촛불’은 1962년 사망한 마릴린 먼로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1973년에 쓴 곡이다. 그 당시 제목은 ‘Goodbye Norma Jeane’. ‘노마 진 모텐슨’은 마릴린 먼로가 영화에 데뷔하기 전에 사용한 본명이다.
엘튼 존은 다이애나의 생애를 가사로 녹였고 곡도 일부를 편곡했다. 그는 다이애나빈 장례식에서 피아노를 치며 ‘바람 속 촛불’을 불렀다. 장례식이 끝난 후 엘튼 존은 이 곡을 싱글로 발매했고 음반랭킹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들으며 노랫말을 음미해본다.
“고이 잠들어요, 영국의 장미여 / 그대는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으리 / 그대는 고통받는 이들과 / 함께 했던 고귀한 사람 //
그대는 우리를 일깨웠어요 /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속삭여주었죠 / 이제 그대는 하늘나라 사람/ 별들이 그대 이름을 또박또박 쓰는군요 // 그대의 삶은 바람 속에서도 / 오로지 타오르는 촛불 같아라 / 비가 내릴 때도 태양이 지고 나도 / 약해지지 않는...

이 노랫말을 차분하게 음미하고 나니 왜 켄싱턴궁전 정문 옆에 1년 365일 내내 꽃이 놓이는지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엘튼 존과 다이애나는 열네 살 차이가 났다. 영국인이 다이애나빈을 사랑한 것처럼 엘튼 존 역시 왕세자빈을 사랑했고 우정을 나눴다. 엘튼 존은 다이애나빈의 자선 활동과 봉사 활동에는 스케줄을 빼 기꺼이 참여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어려서부터 켄싱턴궁을 드나들며 부모를 돕는 엘튼 존을 보며 자랐다. 두 형제에게 엘튼 존은 삼촌 같은 존재였다. 엘튼 존은 2018년 해리 왕자와 매건 마클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

다시 켄싱턴 가든으로 가본다. 켄싱턴 가든은 제임스 배리의 희곡 ‘피터 팬’이 태어난 공간이다. 켄싱턴 가든과 하이드파크의 경계 부근에 ‘피터팬 기념상’이 있다. 또한 켄싱턴 가든에는 다이애나빈을 기념하는 어린이공원과 연못이 있다. 피터 팬이 탄생한 켄싱턴 가든은 어린이를 사랑한 다이애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가 스며있는 공간이다.

영국은 소프트파워(softpower)의 세계 제국이다. 셰익스피어, 007시리즈, 비틀스, 퀸(Queen), 에릭 클랩튼, 피터 팬,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소프트파워 제국 영국에서 엘튼 존은 고대 로마의 오현제(五賢帝)에 비견할 만하다.

이런 엘튼 존이 BTS에 반응했다. 엘튼 존은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면 나는 BTS의 ’퍼미션 투 댄스‘를 따라 불러’라는 글을 SNS에 남겼고, ‘PTD’ 챌린지에도 동영상으로 화답했다.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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