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로부터 155개 국정과제에 대한 종합업무 보고를 받고 “이 정도 보고서는 국회에 가서 보고해 본 베테랑 부처 국장이면 1~2시간이면 만들겠네요”라며 질타했다. 인수위가 출범 이후 요란을 떨면서 국정과제를 집약했지만 그 내용이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사 간부 신상파악이라는 해괴한 작태를 보인 인수위로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당선인은 “새 정부가 표방한 국정운영 방향이 `창조적 실용주의’인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유류세 인하와 관련, “큰 차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한테만 혜택이 가는 것 아니냐. 차로 영업하는 서민들이나 경차 모는 사람들한테 혜택 돌아갈 방법을 집중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유류세 인하에만 매달려 그 여파가 어디에 미치는지 시야가 좁았다는 질책이다.
또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집값이 오르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부동산 세제를 손본다고 하자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는 등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가 일기 시작한 것에 대한 강한 우려다. 만약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뛰면 서민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수위의 공교육 개선방안도 문제다. 인수위가 공교육을 자율화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교육은 서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긴다. 이 당선인이 “공교육 강화 방안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사교육 천국이 될까 걱정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와 닿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인수위의 단견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는 더 있다. 이 당선인이 “전국을 다녀보니 일모작인 한국에서 농가마다 농기계가 있더라. 농기계 사느라 융자받고 그러다 고장 나면 또 못 쓰고… 농기계회사만 좋은 일 시킨다. 농협이 농기계를 대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수위가 할 일은 거창한 것 보다 국민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인수위가 최근 언론사 간부 성향 파악에 나섰다가 위원장이 사과하는 사태를 빚었다. 일개 국장급이 저지른 일이지만 인수위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결함을 엿보게 한다. 인수위는 당선인의 철학을 정확하게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기구다. 정신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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