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뒤덮은 포항…상생협의 물 건너 갈라
  • 김명득국장
현수막 뒤덮은 포항…상생협의 물 건너 갈라
  • 김명득국장
  • 승인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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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끝없는 갈등 피로감 호소
시가지 붉은 현수막 시 이미지 훼손
과격 시위는 오히려 협상에 걸림돌
갈등·반목보다 相生화합 물꼬터야
긴급진단
 
포항에 입성하는 관문인 KTX 포항역. 타지에서 온 관광객을 붉은 현수막들이 먼저 맞는다.

이는 포항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관광중심지인 영일대해수욕장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형산교차로, 육거리, 포스코대로까지 형형색색의 현수막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수막은 포스코를 규탄하는 내용 일색이다. 포항지역 29개 읍·면·동 자생단체들이 포스코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현수막 수는 1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항시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두달째 계속되고 있는 현수막 행렬에 시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붉은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치솟는 물가로 갈수록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코와의 끝이 안 보이는 갈등에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포스코와 포항시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를 이미 합의했음에도 계속되는 현수막과 1인시위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합의가 자칫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반발로 기업 유치가 무산되는 사례는 이미 타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는 용인시와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적극 추진해왔지만 전자파를 이유로 인근 주민들이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갈등이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데이터센터 건립을 철회했다. 용인시에 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던 SK하이닉스는 용인시와 인접한 여주시와 용수시설 인허가를 두고 갈등 상황에 놓이면서 3년째 공장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여주시는 용수시설 설립 인허가를 얻는 대신 인근 마을에 대한 지원과 여주대 반도체 전공 커리큘럼 지원 등을 약속하며 여주시와 상생협의서를 체결했지만, 새로 취임한 이충우 여주시장이 상생협약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상생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전례들이 있기에 극단으로 치닫는 포스코 지주사 갈등을 포항시민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3선 당선 당시 “포스코 지주사의 포항 설치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지주사와 본사 이전을 위해서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와 주주 설득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포스코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포스코는 포항에 있어야 한다’고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강덕 시장의 말처럼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현수막을 시내 전역에 붙인다거나 과격 시위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설득과 협상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

지난 2월 포항시민 총궐기 당시 41만명의 포항시민들이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를 위해 연대 서명했다. 그 당시 서명했던 41만명의 시민들이 진짜 원한 것은 포스코 규탄이 아닌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설치였을 것이다.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이라는 포항시민의 염원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선 갈등과 반목보다 상생과 화합의 소통 방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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