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엔 질서가 없어 보인다. 거리 어디를 봐도 반듯하고 꽉 짜인 맛이 없다. 가뜩이나 비좁은 거리엔 불법 적치물들이 넘쳐나 볼썽 사납기가 이를 데 없다. 학교 앞 일대 또한 무법지대라 해서 지나칠 게 없을 지경이다. 스쿨존은 이름 뿐, 되레 차량 과속 운행 지역이 돼버린 느낌마저 준다. 이는 구청 공무원도, 경찰도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흔한 말로 밥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가나 주택가 앞길에 줄줄이 늘어선 적치물들은 도대체 뭔가. 폐타이어, 입간판, 물통, 부서진 의자 따위를 비롯한 온갖 폐품이 길을 막고 도시 미관을 해쳐도 당국은 본 체 만 체다. 심지어는 소방도로마저도 폐품 전시장으로 뒤바뀐 것만 같다. 실정이 이 지경인데도 포항 남·북구청은 불법 주·정차 단속만 일삼고 있다. 지방세 수익만 올리면 된다는 자세다. 그러나 불법 노상 적치물에 과태료를 물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새 학기를 맞은 포항지역 일부 초등학교 주변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곡예 운전하는 차량, 학교에 오가는 어린이들이 뒤엉키기 일쑤다. 스쿨존 제한규정속도 30㎞/h는 규정을 위한 규정이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 이런 과속 난폭운행이 빚을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초등학생들 등·하굣길에 마구 뿌려지는 여성 사진은 또 뭔가. 하나같이 괴이쩍은 일들뿐이다.
노상 불법 적치물이건, 스쿨존 무질서이건 새삼스러운 일은 사실 아니다. 해마다, 그것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되고, 문제거리가 되는 일들이다. 하도 해묵은 일이고 보니 이젠 만성이 돼버려 숫제 무덤덤해진 것만 같다. 아니, 문제 삼는 사람이 되레 이상한 사람대접을 받는 풍조다. 열심히 단속하고 계도한다고 신상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대충 눈감고 넘어가자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무질서, 무법이 뿌리를 내리다 시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포항시가 `테라노바 포항’을 내건지도 오래됐다. 그저 도시 디자인만을 위한 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새로운 도시 디자인, 아름다운 도시 건설도 해야겠지만 현재의 모습을 다듬는 일은 더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대통령을 배출한 포항은 지금 전 국민이 주목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포항이 해묵은 껍질을 벗어버리고 산뜻한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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