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08농가 140㏊ 농토 정부에 매각 요구
포항 죽장면 들녘에서 만난 시설채소 독농가 이 모(56)씨의 하소연이다.
비닐하우스 4채에 겨울토마토와 오이·고추를 재배해 생업을 잇고 있다는 그는 자고나면 오르는 농자재값과 인건비로 인해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실의에 빠졌다.
그의 말과 같이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신기록 행진을 하면서 생풀품을 비롯, 농자재, 사료값 등 어는 것 한가지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장중에 사상 처음으로 배럴 당 108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초고유가로 농사철이 본격 시작된 이달부터 20㎏들이 복합비료도 1만2950원으로 34.5%가 올랐고, 요소비료도 1만2400원으로 27.2%가 뛰었다.
농업용 필름가격은 ㎏당 2700원으로 지난해보다 35.0%나 치솟았다. 비닐하우스 설치용 파이프(32㎜ 기준)는 m당 1500원으로 무려 57.9%나 폭등했다.
퇴비도 2000원~1만원대로 50 가량 치솟았다. 농기계 가격도 트랙터(100마력)는 5693만원으로 4.8%, 이앙기(6조식)는 1340만원으로 21.8%가 올랐다.
농업용 면세유도 지난해보다 평균 43% 인상됐다. 반면 요즘 쌀값은 80㎏ 짜리 한 가마에 16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8%(6000원)가 떨어졌다.
게다가 영농 인건비도 영농철이 (4·9)총선과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어서 농업인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원자재값은 폭등하는 데 고추,오이,토마도·채소 등 청과물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값이 오르는 농산물은 소비자들이 외면하니 청과물은 신선도가 떨어지면 상품가치를 잃게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손해보고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고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농가만 보고있다는 것이다.
경북도가 FTA에 대비, 농업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농촌에 닥친 현실이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꺾고 있다. 이바람에 경북 최대의 구미화훼단지, 상주·군위 겨울오이, 고령 딸기, 김천·경주 토마토, 봉화 화훼단지에는 많은 농가가 아예 시설채소농사를 포기하거나 난방유 걱정이 없는 일반작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고유가와 관련, 경북도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기름값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산물 매기가 크게 감소, 시설재배 농가들이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다”면서 “또한 사료 등 국제곡물가격도 오르니 축산농가 역시 돼지나 소·닭 등 가축을 제대로 기를 수가 없어 영농 포기 파동이 예고되고 있다”고 가슴을 태웠다.
경주에서 한우 1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는 축산 독농가 박 모(48)씨는 “지난해 ㎏당 250-280원선에 거래된 사료값이 새해들어 무려 400원이나 급등했다”면서 축사를 비워야하는 고민에 빠져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가슴을 태웠다.
이같은 농촌상황을 반영하 듯 지난 2월 한 달동안 도내 108가구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어온 140㏊의 농토를 한국농촌공사에 매각(206억)을 의뢰했다.
그러나 한국농촌공사는 상반기 매입 자금 예산이 600억원밖에 없어 대다수 농가가 농사도 못짓고 농지조차 팔 수없는 상황이다.
/윤용찬·손경호·황경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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