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안 해저 600㎘ 기름탱크를 기억하는가. 포항 지역 동해안 어민들에게 불안한 재앙의 검은 그림자가 되고 있는 침몰선 경신호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는가. 경신호는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88년 2월 24일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동쪽 3.5마일 해상에 침몰한 995톤급 유조선이다. 당시 2560㎘의 벙커C유를 싣고 있다가 1900㎘ 가량이 유출되어 바다를 오염시켰다. 그리고 600㎘를 탱크에 담은 채 지금껏 바다 밑 그 자리에 누워 있다. 그 속에 담긴 벙커C유는 언젠가 탱크가 삭아 부서지는 날 밖으로 나올 것이다. 벌써 그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포항시의회가 이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유조 탱크에 실려 있던 벙커C유가 최근 눈에 띄게 새어나오고 있다고 한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과 지역 환경단체들은 최근 침몰선을 조사했다. 선체 외부 부식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게다가 세찬 물살로 배의 위치가 바뀌면서 당시 기름이 새어나오는 곳에 시멘트로 막아놓은 몰딩 부위도 부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해역에서 유징이 간헐적으로 포착되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큰일이다. 벙커C유 600㎘라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최근 서해안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태를 보아온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정말 크다. 특히 동해안 해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임에랴. 침몰선 탱크에 담겨 있는 기름이 터져 흩어지는 날의 상황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는다.
시의회의 지적대로 이 문제는 지금 포항시의 가장 큰 현안이다. 지역 최대의 해결과제로 올인 해야 할 사안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포항시는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하여 하루빨리 침몰선 인양을 추진해야 한다. 비록 수심이 깊어 인양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그냥 놔두고 일이 터질 때까지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리고 얼마만한 비용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검은 재앙’의 진원지를 사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치단체와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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