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보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도 많거니와 주차장 시설도 어지간히 갖춘 나라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도 주차난이 심각하기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곳도 있다. 수도 워싱턴D.C.에 이웃한 버지니아 지역만 하더라도 그렇다. 밤부터 이른 아침까지 일정한 시간대엔 도로변 주차가 허용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천주차장 설비 가운데 한국인에게 익숙치 않은 것이 주차미터기다. 주화를 넣은 그만큼 일정 시간 차를 세워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깜빡 잊기’를 잘 하는 데 있다. 자기 일에만 열중하다보면 와이퍼엔 과태료 고지서가 꼽혀있게 마련이다. 뒤늦게 투덜거려 봤자다. 억울하면 재판을 신청하라니 짧은 영어 실력으로 재판까지 하려들 배포를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지난 주말 포항시의회가 색다른 조례를 통과시켰다. 주차장 설치 때 잔디나 단단한 블록으로 바닥을 깔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만으로 바닥을 깔도록 해온데서 융통성을 보인 셈이다. 이렇게 하면 건축비도 덜 들거니와 친환경 기능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옛날엔 듣도 보도 못한 잔디구장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이다. 푸른 잔디(인조잔디일지도 모르지만)가 깔린 주차장은 생각만해도 시원한 느낌이 전해온다. 게다가 음습하게만 생각되는 지하주차장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이용자들의 마음이 밝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차면적이 태부족인 게 현실이다. 차 세울 공간이 없어서 끌탕을 해야하는 포항시민들에겐 생뚱맞은 조례로 비칠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주차장 부족 현상이 이 덕분에 해소된다면 몰라도.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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