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인역 소화…코믹마임 등 폭소 이끌어내
가업을 이어 받아 평생 염하며 살아온 `유씨’. 염쟁이 유씨는 일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염을 앞두고 있다. 이를 지켜보기 위해 사람들은 각지에서 모여들고, 유씨는 자신의 인생사를 염의 절차에 따라 담담히 풀어낸다. 그리고 지난날 그가 마주했던 수많은 죽음에 관한 사연들을 털어놓는다.
연극배우 유순웅(44)의 1인극 `염쟁이 유씨’가 지난달 27일부터 한달간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펼쳐지고 있다.
`염쟁이 유씨’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극. 하지만 자칫 무겁게 느껴질 죽음이 극중에서는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다뤄진다. 더불어 갖가지 형태의 죽음이 재기 발랄한 대사로 펼쳐져 관객들의 폭소를 끌어낸다. 한바탕 신나게 웃고 나면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
극을 끌고가는 유 씨의 연기도 대단하다. 이 1인극 안에서 유 씨는 무려 15인 역을 자연스레 소화해낸다.
특히 장례 브로커 `장사치’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코믹 마임에 가까운 절묘한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웃음과 갈채를 받았다. 1인극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공연은 배우와 관객들과의 합작품이다.
일반적인 공연들에 비해 관객들의 참여 비중이 상당히 높다. 유씨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객석에서 임의로`차출’당한 일반인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어느 아버지의 장례날, 관을 덮기 직전 유족들이 유언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해프닝 대목에서는 객석에 있던 관객이 얼떨결에 불려나가 유족 역할을 맡기도 한다.
유 씨의 능청맞고도 강력한 연출 아래 출연 당사자와 관객,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이번 연극을 주관한 문화예술전용극장 CT관계자는 “극은 갖가지 죽음의 양태와 재산상속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추태 등이 웃음과 더불어 재미있게 전개된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염쟁이의 경험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2004년 올해의 예술가상과 2006년 서울연극제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27일까지 평일 8시,토요일 4·7시, 일요일 4시 (월요일 공연없음)
관람료 일반 2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문의 053)256-0369.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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