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준법투쟁이 갖는 의미
  • 경북도민일보
간호사 준법투쟁이 갖는 의미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3.08.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떠넘겨지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이는 의사 부족과 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의사는 진단과 처방, 수술 등의 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주체지만, 간호사는 환자의 질병 치유와 건강 회복을 위한 간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의 분담은 의료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의료 현장에 의사가 부족해 의료기관의 위력과 고용 위협에 의해 간호사는 어쩔 수 없이 교수나 전공의로부터 불법 진료를 요구받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맞서 준법투쟁의 하나로 지난 5월 18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7월 19일까지 1만4559건의 불법진료 사례가 신고됐다.

접수된 신고 현황을 보면 병원장과 의사가 간호사에게 지시하고 수행하도록 한 불법진료 업무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92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처방 및 기록 8252건, 튜브관리(L-tube 및 T-tube 교환·기관 삽관) 3318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관절강 내 주사·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2800건, 수술(대리수술·수술 수가 입력·수술부위 봉합·수술보조) 1996건, 약물관리(항암제 조제) 620건 순이었다.

간호사들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불법진료를 한 이유로 ‘병원 규정, 관행, 당연한 문화, 업무상 위계 관계, 환자를 위해서’(36%)라거나 ‘고용주와의 위계 관계’(24.3%), ‘고용 위협’(14%)을 꼽았다.

다시 말해 의사 부족으로 야기된 간호사의 불법진료 문제가 단순히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일반 간호사 모두에게 만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 불법진료신고센터 신고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렇기에 간호사들은 오늘도 의사가 수행해야 할 의료 행위까지 넘나들면서 업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정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게 되면 간호사들은 심적 부담뿐 아니라 업무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또 간호 업무의 질과 환자의 안전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간호사는 이미 다른 나라보다 3∼5배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의사와 간호사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자신의 업무를 철저히 수행하면서도, 간호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사와 간호사들이 업무 분담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인 의료 현장을 조성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작금의 상황이 의사 부족이라는 의료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라는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만큼 의사단체와의 힘겨루기가 아닌,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간호사 인력수급 및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숙련된 간호사가 환자의 안전과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간호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간호사 준법투쟁TF 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간호사증원멈춰주세요 2023-08-01 23:22:41
간호사는 의사의 수발이나 드는 직업이 아니고 의사는 진단과 처방. 간호사는 간호와 치료에 각각의 고유의 전문직인 것을 알도록 간협측에서 대대적인 홍보와 이미지컨설팅이 매우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간호사가 가진 능력과 역할에 맞게 의료전문직으로써 의사 하수인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존재함을 피력해야합니다. 제발 부탁드리건대 간호사 증원 그만해주시구요. 이미 간호사는 너무 많습니다. 많은 언론매체나 드라마 등에서 보여지는 마치 의사의 하수인과도 같은 모습설정의 컨셉이 보인다면 그것 역시 간협은 관리하고 간호사로서 이의제기 걸어야합니다. 그런 식의 이미지메이킹을 방치함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선제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상에서 보여지는 부분까지 간협이 신경써야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합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