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를 희생물로 하는 범죄
  • 경북도민일보
불특정 다수를 희생물로 하는 범죄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3.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3.4%의 상승을 기록했다. 농산물의 경우는 1년 전에 비해 5.4%까지 상승하여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행은 석유류와 농산물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상승폭이 커졌지만 10월 이후 계절적 요인으로 농산물가격이 안정되면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일상의 소비를 망설이게 한다.

수입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비가 늘어나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막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에서는 급격히 높아진 물가 때문에 절도범죄가 늘어나 마트와 편의점에서 진열대에 자물쇠를 채워 놓았다. 훔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자물쇠를 채워놓고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직원을 불러 물건을 꺼내게 만든 것이다. 자물쇠가 채워진 물건들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냉동피자, 아이스크림, 커피원두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미국에서 절도범죄가 늘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심야가 아닌 대낮에도 자신의 분풀이나 답답함을 참지 못해 불특정 다수를 희생물로 하는 폭력이 증가한다. 어두운 뒷골목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택시를 타다가 흉기를 휘둘러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심지어 최근 서현역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을 장소로 선택했다.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쇼핑을 하다가 심지어 자신의 아파트에서 누군가의 화풀이로 상해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사건 자체가 발생한 것도 충격을 금할 길이 없는데 이를 보고 모방범죄를 벌이거나 범죄예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등학생에서 성인까지 이슈가 되는 사건에 뛰어들어 시선집중을 받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상해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흥미나 재미로 취급될 일은 아니다. 경찰이 치안활동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의 무수한 장소를 다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예의가 있는 나라였고 인지상정의 정이 넘치는 나라였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정체성과 문화가 있는데 어쩌다가 이처럼 사람들의 생각들이 변하였을까. 소중함의 가치를 잃어버린 모습이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감시의 눈을 늘려도 범죄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묻지마 범죄를 모방하거나 범죄 예고를 시도한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범죄가 범죄로 체감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위에서 벌어진 범죄가 실제 범죄로 나의 가족이나 이웃이 당한 것이라는 현실감이 없는 것이다. 범죄예방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와 국민들이 왜 이러한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면을 짚어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살인예고 지도를 보며 두려움으로 가득차기 전에 불안을 낮춰야 한다. 장갑차를 주요 장소에 배치하여 일상을 전쟁터로 만들지 말고 범죄 예고 글을 장난처럼 쓸 수 있는 분위기부터 제거해야 한다. 범죄예고 글을 콘텐츠처럼 생각하고 댓글이 달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수사력이 찾아내면 장난이었다는 말로 마무리 된다면 누구든지 범죄 예고자가 되고 일상의 범죄를 벌일 수 있는 판이 깔리는 것이다. 범죄는 범죄대응으로 강력한 대응과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들을 극단에 몰리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묻지마 범죄를 벌이는 사람들은 일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으나 대부분 정신적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관계가 없이 혼자 생활하다가 일을 벌이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불특정 다수를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범죄를 벌이는 사람들의 나이대도 특정 연령에 집중되지 않았다.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에 적응하는 것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우발적 또는 계획적으로 일을 벌였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한다. 사법체계가 법적인 강력한 구속이라면 이러한 범죄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구속은 범죄의 시도를 배제할 수 있다.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도심이 불안하지 않으려면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 아닌 범죄이고 불특정 다수를 위험하게 하였으니 강력한 처벌로 모방이나 유사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는 개인이 극단의 상황으로 범죄를 벌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유연화 정책을 펼쳐내야 한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