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도자기, 종이, 화약 그리고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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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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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7나노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미국이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지식재산권을 도용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재권은 서방이 대중 관계에 있어서 틈만 나면 들고 나오는 ‘전가의 보도’다.

그렇다면 서방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서양이 동양을 앞선 것은 아편전쟁(1856년) 이후다. 이전에는 동양이 서양을 수천 년 동안 압도했었다.

동양의 대표가 중국이다. 지대박물(땅이 크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말)한 중국은 서양의 상품 중 살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서양은 중국의 상품에 홀딱 반했다.

서양은 중국의 비단, 도자기, 화약, 종이 등에 매료됐다. 이에 따라 이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산업 스파이를 중국에 보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도 그중 하나라는 설도 있다.

일단 비단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볍고 따듯한 데다 재단도 쉬운 비단은 고대세계 최고의 첨단제품이었다. 로마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비단 구매에 쓸 정도로 비단에 반했었다.

중국인들은 수천 년 전에 양잠 기술을 개발했고, 그 기술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할 정도였다.

역사학자들은 6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두 명의 네스토리우스파 수도사를 중국에 파견해 누에와 뽕나무를 밀수하고, 비단 제조 기술을 알아냄에 따라 중국의 독점이 깨졌다고 보고 있다.

도자기도 서양인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척이 편하기에 건강 및 위생 혁명을 일으켰다.

중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도 첨단기술로 분류하고 이를 철저히 통제했다.

18세기가 되어서야 독일의 마이센과 프랑스의 리모주에 있는 공장에서 도자기 제조에 필요한 점토의 종류를 발견하고, 소성 기술을 알아냈다. 이후 중국의 도자기 기술 독점이 깨졌다.

이뿐 아니라 서양은 종이, 화약의 제조법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산업 스파이를 중국에 파견했다.

중국이 서방보다 압도적인 상품을 생산했기에 서방은 항상 무역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서양의 대표였던 영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인들을 아편에 중독시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아편이 중국에 물밀듯 들어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자 중국은 영국과 전쟁을 시작했다. 2차례 전쟁 끝에 중국은 영국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서세동점의 세기가 열렸고, 중국은 서구 열강의 침탈에 시달려야 했다.

아편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다. 이전까지는 선진기술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흘렀다.

그러나 아편전쟁 이후로 선진기술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흐르고 있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산업혁명을 일으켜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동양에 과학 기술을 전파했다.

이후 서양의 선진 상품이 동양으로 흘러가게 됐다. 이같은 현상의 총화가 최근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할 정도로 쓰임새가 많아 현대 산업 스파이전의 최전선이다.

미국은 반도체가 중국의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며 철저하게 반도체 기술을 통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7나노 반도체를 자체 개발했다.

이는 첨단 기술은 아니다. 7나노는 2018년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칩 수준이며 최신 기술보다 2세대 뒤처진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조야는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7나노 반도체를 개발할 수 없다며 지재권을 도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서양이 동양의 기술을 도둑질한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의 통신사 블룸버그의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7나노 칩 개발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6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중국의 7나노 반도체 개발은 수 세기에 걸친 서방의 지재권 절도에 대한 중국의 복수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얻기 위해 치열한 스파이전을 펼쳤듯 서방은 중국의 비단, 도자기, 화약, 종이 기술을 얻기 위해 치열한 스파이전을 펼쳤었다고 지적했다.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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