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손흥민
  • 모용복국장
태극전사 손흥민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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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손흥민,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호주에 역전승 거두며 4강행
불굴의지로 9년전 분패 설욕
남다른 애국심·동료애 돋보여
패배한 상대국가 선수 위로도
월클실력에 인간적 품격 겸비
전세계는 지금 손흥민에 홀릭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핑계입니다.”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한국을 4강으로 밀어올린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를 두고 한 지상파 뉴스 앵커는 손흥민 선수는 전생에 독립투사가 아니었나 싶다며 그의 애국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당시 23세 ‘젊은 피’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만약 최종 승리로 끝났다면 손흥민은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연장전 후반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한국이 패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로부터 9년 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호주와의 2023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날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그는 동점골과 역전골 모두에 관여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16강전에서 한국은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천신만고로 8강 진출에 성공한 터라 체력 소진이 심했다. 이틀 먼저 인도네시아와의 16강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비교적 수월하게 8강행을 확정한 호주에 비해 휴식시간도 체력도 모두 열악한 상태였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이 승리를 자신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한국은 전반 막판 상대 선수 크레이크 굿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우리보다 체격이 좋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소모도 적은 호주를 상대로 만회골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반 들어 한국은 개인기량과 투철한 정신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시종일관 호주를 몰아붙였지만 정규시간이 끝나도록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패배의 쓰라림을 절감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호주의 홀로 밀집수비를 뚫고 문전으로 돌파를 시도해 패널티킥을 이끌어냈다. 이를 황희찬(울버햄튼)이 성공시키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이어 손흥민은 연장 전반 황희찬이 만들어 낸 파울을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그림 같은 역전골을 만들어 9년전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눈물은 9년 전 흘린 그 때의 눈물이 아니었다. 환희와 감동으로 점철된 승리의 눈물이었다.

대한민국 손흥민이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 대한민국의 경기 연장 전반에서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2경기 연속 120분을 소화했던 손흥민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를 하면서 연장을 두 번 연속 뛴 적은 처음”이라며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 대회의 묘미다.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핑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4팀만 남아서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싸우는데 어떠한 핑계나 아픔은 필요없다. 하나의 목표만 갖고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다졌다. 그가 얼마나 승리와 아시안컵 우승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에 대한 기쁨에 취하기보다 승부차기 승부 끝에 패배한 상대팀 선수들과 일일이 포용하며 위로해주는 모습은 전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축구 팬들은 진정한 월드클래스의 모습이라며 극찬해 마지 않았다. 호주와 8강전에서도 자신이 얻은 패널티킥을 성공시켜 서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독차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후배에게 양보했다. 또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많은 관심을 받는데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함께 경기를 못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해 동료들을 향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가 단지 축구 실력만이 아닌 인간적인 품격을 갖춘 축구 선수로서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는 이유다. 오는 7일 새벽 열리는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는 또 어떤 몸놀림과 품격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은 진정 행복하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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