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기적 편향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같은 부동산 투자 결과를 놓고서도 ‘나’와 ‘남’에 대한 평가 잣대는 서로 다르다.
우선 투자에 성공했다고 생각해 보자. 자신의 행위는 능력 차원에서 보지만, 남에 대한 평가는 도덕성 차원에서 평가한다. 내가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면 순전히 나의 실력 때문이다. 투자의 성공은 부동산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최적의 투자처를 찾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다리품을 팔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성공은 땀과 탁월한 감각의 당연한 결과라고 여긴다.
즉 수행 업적이나 결과를 중시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선 도덕이나 윤리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도덕과 윤리 잣대가 나보다 남을 향하니 이율배반적이다. 이러다 보니 남에 대해선 결과보다 의도나 절차, 과정을 더욱 중요시한다. 다시 말하자면 투자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를 따진다. 또 하나, 나는 실적으로 나타나는 ‘현재’로만 평가하려고 한다.
투자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지금의 투자 성적만 좋으면 스스로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출세를 한 사람일수록 남들이 오로지 현재 모습으로 평가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남에 대해서는 현재 모습만을 평가하지 않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통틀어 평가하려고 한다. 과거에 티끌만 한 흠결이 있어도 마치 현재 부정을 저지른 사람인 것처럼 매도한다. 또한 어떤 사람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면 일단 부러워하면서도 투기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려고 한다. 이처럼 남의 성공, 특히 부동산 투자의 성공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성공과 정반대의 평가를 한다. 내가 투자해서 망한 이유는 순전히 운이 닿지 않아서다. ‘그 부동산 중개업소 근처를 지나가지 않았다면 충동구매를 하지 않았을 텐데, 운이 나빴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 부족과 판단 착오는 애써 무시한다. 자신의 내부 상황보다는 외부의 불가피한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실패는 운이 아니라 능력 때문이라 간주하며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를 패자의 변명이나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문제가 된 나의 행동은 환경적 요인에서, 남의 행동은 내부 요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행위에 대한 평가와 판단의 무게 중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자신 행위에 대해서도 잣대가 달라진다. 어느 날 당신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를 산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선택을 후회한다. 바로 앞이 초등학교라 시끄럽고, 개별난방인 보일러도 오래된 탓에 고장이 잦다. 이미 잔금을 치러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생각을 무한긍정으로 바꾼다. 이왕 산 집, 장점이 많다고 자신을 설득한다. 아침저녁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하기에는 이 집만 한 곳이 없다고 선택을 합리화한다. 상대적으로 물가도 싸서 월급봉투가 얇은 월급쟁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곳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집을 팔았을 때는 생각이 다르다. 이제는 팔았으므로 좋지 않은 점만 생각한다. 이미 판 아파트는 지금 사는 집보다 산이 멀어 주말에 등산하기가 어렵다. 고층이라 재건축도 하기 어려워 계속 보유해 봐야 실익이 없다. 관리비는 왜 그렇게 많이 나오던지…. 생각해 보니 엘리베이터 고장도 너무 잦았던 것 같다. 잔금을 받아 내 품을 벗어난 그 아파트의 시세는 이제 다시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행위가 우리가 잘 아는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인지 부조화는 행위와 믿음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행위와 믿음이 충돌하면 한쪽으로 일치시켜 모순을 해소하려 한다. 행동으로 이미 옮겼으므로 자신의 믿음을 바꿔 불일치를 해소하는 게 나을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마음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인간은 객관성을 갖추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렌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는 게 투자의 세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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