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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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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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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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전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하는구나’란 대목이 나온다. 이몽룡이 암행어사 신분을 감추려고 거지행세를 하며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광경이다. 요즘은 이 마파람을 남풍이라고 해야 얼른 알아듣는다. 말의 뿌리를 캐면 이 때의 `마’는 `앞’이다. 이마,가마,마당,마중…핏줄이 같은 말들이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쓰지않는 말이 돼버렸다. `하늬바람’도 같은 처지다.
 말이야 세월따라 달라지는 것이라지만 그 바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바람은 태양열이 있어 일어난다. 태양이 덥게 만든 공기 분자들은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흩어진다. 그 빈자리를 찬 공기가 채운다. 어린이도 아는 대류(對流)작용이다. 지구에선 적도주변 열대지방 더운 공기가 남북극으로 흘러가다 식어서 가라앉는 순환이 되풀이 된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바람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지구가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의 2%정도라고 계산해낸 학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바람에너지를 한데 모아 전기를 생산한다면? 에너지난은 당장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이라고 모두 풍력발전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속 30~50㎞쯤 돼야하고 불다가 말거나, 강약이 달라지거나, 풍향이 달라지거나 해서는 쓸모가 없다.
 포항의 자랑거리인 포스텍이 `풍력특성화대학원’을 엊그제 열었다. 해마다 풍력분야 석사 15명, 박사 5명을 배출하게 된다. 준비된 `바람 박사’들이 에너지분야의 한쪽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당장 떠오르는 것이 괴물처럼 서있기만하는 풍력발전기들이다. 많은 혈세를 들였지만 고물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외국기술자들의 손길이 닿지않으면 꼼짝도 않을 태세다.
 문제거리가 어찌 풍력발전 뿐이랴. 동남풍을 불러들였다는 제갈공명의 천문 지식을 뺨칠 이들 `바람 박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땅엔 기름 한방울 묻혀있지 않지만 마파람도 불고, 하늬바람도 불지 않는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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