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약 60억km에 이른다. 연전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20여년의 항해 끝에 명왕성궤도를 지나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1930년 발견 당시만 해도 60억km의 우주공간 거리는 상상키도 어려울 만치 멀었을 게다. 하여 저승만큼이나 먼 곳으로 인식해 별 이름을 그렇게 명명했을 법하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지하 깊숙한 곳을 저승세계 `명부’로 삼았는데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지표면에서 지구 내부 핵까지는 불과 6400km가 채 안되는 거리지만, 인류가 우주 공간 어느 곳까지라도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지구 내부만큼은 사람은 물론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기구도 결코 닿을 수 없다.
지하 깊숙한 곳, 우리 지구의 명부에서는 가끔씩 저승신들의 장난질이 벌어진다. 지구의 핵과 지각을 가르는 곳, 맨틀 부분이 여러 개의 판(plate)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들장 같은 이 판들이 지구핵 마그마 위를 떠다니며 이리저리 일렁이다가 한 번씩 툭툭 충돌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상의 지진이다.
지각의 바탕을 이루는 판들의 충돌, 명부의 잠깐 장난으로 지금 중국 쓰촨성 일대는 인간의 죽음이 10만을 헤아린다. 3만 명도 더 넘게 죽고, 7만 명 이상이 어디엔가 매몰되었거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번 지진 원인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되는 산샤댐의 영향으로 보는 설도 있거니와, 인간과 인간의 도시가 아무리 위대하달지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쓸 수 없는 미물이 곧 우리네 인간인 것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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