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멜로로 5년만에 브라운관 복귀
“구름이 여우를 사랑했는데 여우는 구름을 버리고 돈 많은 호랑이한테 시집을 갔대요. 그래서 구름이 햇살 뒤에 숨어 몰래 눈물을 흘렸대요. 그게 맑은 날 비가 잠깐 오는 여우비가 되는 거구요.”
배우 김태우(37)가 들려준 `여우비’에 대한 전설이다. 흔히 햇빛 쨍쨍한 날 잠깐 비가 내릴 때 `여우가 시집가는 날’ 혹은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말하는데 그 전설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어…’ 하고 말문이 막힌다.
김태우 역시 잠시 말문이 막혔다. 6월 초 SBS TV를 통해 방송되는 4부작 한일합작드라마 `도쿄, 여우비’의 남자 주인공을 맡은 그이고, 드라마에서 여우비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도 있었지만 촬영이 꼭 1년 전에 끝났던지라 잠시 `어…’ 했던것.
“아 이거 되게 창피하네요. 하하. 극중 내 대사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까먹다니…. 그래도 기억해 낸 게 다행이네요. 드라마의 제목이 여우비인 것은 여주인공이 여배우이고 그녀의 잠깐 스쳐가는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태우와 김사랑이 호흡을 맞춘 `도쿄, 여우비’는 도쿄로 CF 촬영을 온 신인 여배우가 우연히 들른 초밥집에서 만난 요리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그러나 둘의 사랑 앞에는 장애물이 많이 놓여있다.
스크린에만 전념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5년 만에 브라운관을 노크한 김태우는 “일본 올 로케이션, 외국 스태프와의 작업, 정통 멜로라는 점 등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얻은 게 참 많습니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국과 일본의 작업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그 안에 각기 일장일단이 놓여있고 결국엔 그게 똑같은거죠. 촬영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회식을 했는데 제가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한국 소주를 한 잔씩 권했어요. 잔을 돌리는 문화를 일본 스태프에게 알려준 건데 그날 회식을 계기로 서로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죠. 물론 전 그 다음날 완전히 뻗었지만요.(웃음)”
해외 촬영이긴 했지만 일본이었던지라 그는 현지에 머무는 동안 오히려 파스타 같은 느끼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먹은 도시락만 수백 개인 것 같아요. 일본 도시락이 다양하고 아기자기하잖아요. 그런데 두 달 간 도시락만 먹어보세요. 차라리 느끼한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니까요. 하하”
그가 맡은 역이 일본에서 오래 산 역할이라 일본어 구사 능력도 중요했다. 하지만 영화 촬영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그는 일본에 가서 잠을 설쳐가며 일본어대사를 익혔다.
“일본 스태프를 붙잡고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했죠. 그래서 그날 촬영이 끝나면 오후 11시부터 숙소에 들어가 다음날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죠. 매일 촬영이 오전 7시에 시작했는데, 밤 사이에 제가 일본어 대사를 완벽하게 익혀서 촬영장에 등장하니까 스태프가 깜짝 놀라더군요.”
“그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모처럼 만에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어요. 신인 때처럼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던 열정을 다시 느꼈다는 거죠.”
김태우는 “4부작 안에서 7년의 세월을 건너뛰고 그 안에 만남과 사랑과 헤어짐,이별을 모두 담아냈기 때문에 멜로 드라마이지만 전개가 빠르다. 또 벚꽃이 흐드러진 시기에 촬영을 했고 항공 촬영도 하는 등 화면에 공을 많이 들어 정말 기대가 된다”며 싱긋 웃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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