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의 순장 풍속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 오리엔트 지역이었다. 유프라테스 하류의 우르 유적에서는 왕릉 바깥쪽의 수혈(堅穴)에서 59구의 순장자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집트 제르왕의 묘 둘레에 275명의 후궁과 43명의 노비 등을 순장한 묘가 있고, 여기에서 1.6km 떨어진 곳에는 269명이 순장되어 있기도 하단다. 죽어서도 한 나라를 통치하라는 기원으로 순장으로 통치대상인 `백성’까지 묻어준 것이다.
유럽에서는 또 고대 갈리아인·아일랜드인, 볼가강(江) 연변의 불가리아인 및 슬라브인이 사는 지역에서 순장의 습속이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도 순장 흔적이 최근 여러 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아샨티족(族)은 왕의 자매인 경우, 왕의 허락만 있으면 비록 신분은 비천하더라도 미남이기만 하면 남편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비천한 신분의 미남 남편은 아내가 죽거나, 외동아들이 죽으면 같이 따라 죽어 순장되어야만 하였다.
며칠 전 경상북도 고령군 지산동의 대가야 시대 고분군 재발굴 작업을 벌여온 대동문화재연구원이 한 고분에서 7개의 순장곽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더듬어본 세계 곳곳의 주요 순장문화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야시대에 순장 풍습이 있었다는 학설이 일찍부터 제기되어 있었으나 확실한 학술적 결론은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가야의 옛터 고령의 고분군에서 순장곽임이 분명한 묘혈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역사학계의 논란이 되어온 순장 풍습 유무 논쟁이 종식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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