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방동네는 `하꼬방동네’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꼬방은 일본말 하꼬(箱·函)에 우리말 방(房)이 붙은 말이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거처가 떠오르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의 별칭이기도 하다. 꼬방동네엔 당연히 생활고를 일상사처럼 겪는 영세민들이 살게 마련이다.
요즘 빈부격차 논의가 자주 지면에 오르내린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진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경유쇼크현상이다. 언제까지라도 휘발유보다는 쌀 것만 같았던 경유값이 뒤집기를 시작한 때문이다. 경유 사용 계층이 누구인가. 고급 외제 승용차에 몸을 길게 뻗어 눕다시피한 자세로 거리를 달리는 계층은 분명 아니다.
경유대란은 교통분야에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당장 농어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운 짐이 될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적자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푸념을 엄살이나 호들갑으로 들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도시는 꼬방동네가, 농촌은 보릿고개가 가난을 상징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이를 벗어난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악마의 사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가난을 없애겠다는 계획의 숫자는 가난으로 하여 고통받는 개혁주의자들의 숫자에다 가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철학자들의 수효를 보탠 것.” 남미는 한때 `부자동네’였다. 이 남미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요즘 촛불시위에 좌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니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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