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울기 전에 제사를 지내는 우리네 풍습과 신통할만큼 닮은 사고방식이란 생각도 든다. 실제로 대구지방엔 이런 민요가 전해온다. “닭아 닭아 꼬꼬닭아/경홀하게 우지마라/우리 할마 기일이다/우리 할마 제 잡술 때/네가 울어 날이 새면/고량진미 만반진수/못 잡숫고 행하신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새벽을 깨우는 울음소리는 빛바랜 측면도 있지만 육계만큼은 먹을거리로 자리매김돼있다. 우리의 음식문화로는 삼계탕이 으뜸이다. 엊그제 대구·경북일대는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시달렸다. 평소같으면 삼계탕집 앞에 줄을 섰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 간절했달뿐 참고 넘어간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조류인플루엔자(AI)탓이다. 닭고기 수요가 가장 많을 시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품귀현상을 빚을 조짐이다. 경북지역에서만 18만2000여마리가 애꿎은 삶을 접어야 했다. 게다가 병아리들이 태어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은 닭고기 수요가 없는데도 값은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AI 기현상’이다.
2주동안 AI발생신고가 없다. AI 기세가 이젠 주춤하는 것인가. 금주만 무사히 넘기면 한숨돌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AI바람에 전국을 통틀어 떼죽음 당한 닭이 840만마리가 넘는다. 때문에 비싼 삼계탕을 먹게 생기긴 했지만 `AI끝’은 그래도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번 AI가 남긴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겨울이 아닌데도 발생했느냐는 것, 그리고 토착화된 것이냐는 것이다. 그 해답이 빨리 나와야 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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