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앞에 `반(半)’이 붙으면 그 크기는 더욱 작아지게 마련이다. `반나절’이니 `반달’이니 하는 말들을 떠올려보면 나머지 반쪽이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토막이 모두 미완성, 불만족같은 것만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거니 `부처님 허리 토막’이니 하는 표현도 있으니까.
그러나 사바세계의 토막엔 추문이 뒤따른다. 요즘 한나라당의 경북도내 비례대표 기초의원들의 임기가 그 표본이다. 재작년 5·31지방선거 때 임기를 반토막 치기로 담합 공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임기는 법으로 보장하는 것인데도 2년씩 나눠서 비례대표 자리를 차지하기로 했었단다. 본래 정치판이란 게 순수와는 담쌓은 동네이긴 하다. 그렇다고는 하나 법정임기마저 반토막 내는 밀거래가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이런 잡음이 들리는 곳이 한두 곳만도 아닌 모양이다. 엿목판에서 엿을 잘라내는 것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그 크기를 시비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지방의회 의원임기를 `엿장수 마음대로’ 잘라내듯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나라당에게 민의(民意)는 엿목판인가, 아니면 짜고치는 고스톱판인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태어날 때부터 말썽거리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더니 결국 이런 사기극을 벌이다가 들통나고 말았다. 임기를 나눠먹기로 했으면 철저히 입을 다물었으면 될 일인데 탐심이 쪽박을 깬 것이다. 태생적 한계가 또 드러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그래도 필요한가. 아니면 기초의원 제도 자체를 없애면 어떤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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