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공짜 문화’가 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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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공짜 문화’가 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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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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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아트홀 A공연, 주최측 초대권 남발로 관람객 원성
   공연장측, 계열사 직원·가족 무료입장 시켜 좌석 부족

 
 
 포항지역의 모 방송국이 주최한 음악회에서 주최 측의 초대권 남발과 공연장 측의 이기적인 운영으로 관람객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17일 포항의 효자아트홀 A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몇주 전부터 초대권을 배부받은 공무원 조(28)씨. 이날 30분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과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들의 짜증섞인 불만을 보고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조씨는 “주최 측 홈페이지에 초대권이 마감되었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조금은 걱정을 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며 “참석인원과 초대권 배치가 상식선을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 측은 초대권을 배부받은 시민들을 비롯해 계열사 직원·가족들도 무료로 입장시켰다. 이 바람에 20여분만에 객석이 꽉 찼다.
 때문에 관람객의 안전을 고려한 관계자들은 공연장 출입구를 막았지만 공연장 밖에 초대권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관람객들의 불만으로 로비에 의자 50여개를 마련, 관람객 100여명을 추가로 입장시켜 복도와 로비 등 틈마다 시민들이 끼여 공연을 관람했다.
 이에 주최 측 관계자는 “보통 포항에서 무료 공연은 관람석이 다 차지 않아 초대권을 2배 배부했다. 더욱이 공연장 측이 초대권 없은 직원·가족을 무료입장시킨 것도 원인이였다”며 “이번 공연의 경우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좌석없이 불편한 가운데 관람하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화계에서는 이날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원천적인 원인으로 대기업의 정기적인 무료 공연으로 인한 `포항지역 공짜 문화’를 꼽았다.
 유료 공연일 경우 참석인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대기업의 무료 공연에 익숙한 포항지역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공연을 무료로 하게 되고, 무료공연의 경우 초대권이 무의미해져 참석인원을 예상할 수 없었던 것.
 포항지역 관람객들은 대기업에서 공짜로 유명공연을 정기적으로 선보이면서 유명인이 출연하지 않는 지역 공연을 돈 주고 보는 것은 바보라는 생각에 표를 사지 않는다.
 유료에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지역 공연은 왠지 작품성이나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 지역 유료 관객은 더 줄어들고 있는 것. 어려움에 처한 지역 공연단체는 홍보를 위해 공짜표를 더 뿌리거나 아예 모두에게 무료로 관람을 시키기도 한다.
 공짜표가 더 많은 공짜표를 부르는 악순환이 진행 중인 것이다.
 때문에 이날 같이 유명예술인이 참석한 무료공연은 예상외로 관람객이 넘쳐나거나, 지역 예술인들로 꾸민 무대는 관람객 30여명도 안되는 공연을 하게 되는 예상치 못하는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계 관계자는 “공짜표는 관심 없던 사람들을 예술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새로운 세계에 눈 떠 고정관객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포항지역의 대세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러한 공짜문화는 돈 낼 용의가 있는 진지한 관객들까지 내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공연장 관계자는 “우리 공연장은 기업 직원 및 가족에게 무료로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대관 조건이다”며 “기업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장소를 시민들도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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