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73kg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딴 왕기춘(20·용인대) 선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명박 대통령의 `거꾸로 태극기 응원’을 풍자해 비판한 글을 올린 데 대해 사과하는 글을 남겼다. 미니홈피에서 문제가 됐던 글도 아예 삭제했다. 왕 선수가 사과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나라꼴이 언제부터 초등학생에서부터 운동선수, 대마초 환자들까지 대통령을 욕하는 아수라장이 됐는지 아득할 뿐이다.
이 대통령의 거꾸로 된 태극기 응원은 잘못이다. 아무리 옆의 응원객이 기분에 들떠 거꾸로 된 태극기를 건넸다 해도 대통령이라면 태극기의 4괘를 정확히 보고 흔들었어야 했다. 한국선수 선전에 흥이 났겠지만 일차적 책임이 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경기에 전념해야 할 선수가 인터넷에 들어가 거꾸로 태극기 응원을 보고 “한심하다”는 식으로 대통령을 비난한 행동을 절대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뭔가 정서상으로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생각마저 든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조국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선수둘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가 응원석에서 열심히 응원하던 중이었다. 만약 네티즌들이 왕 선수의 글을 읽고 “엉뚱한 데 신경쓰니 갈비뼈가 부러지고 은메달밖에 따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비웃으면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는가.
촛불시위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야유가 일상화됐다. 대마초 연예인들에서부터 에로배우들까지 이 대통령에게 “미국소 너나 먹으세요”라는 식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불만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비난도 정도가 있다.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자기나라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붓는 국민수준은 자기가 정하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미쳤으면 그를 뽑은 그 나라 국민들도 미친 것 아니겠는가.
이제 촛불도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지치기도 했고, 일반시민들의 냉소에 진이 빠졌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리자 앞 다퉈 구입해 간다는 뉴스다. PD 수첩도 허위로 드러났다. 누구 말대로 사탄의 꾐에 빠져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왕 선수처럼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 다행이다. 우리 모두 주변을 돌아보고 팍팍한 하루하루의 삶을 제 위치로 돌리는 데 최선을 다하자.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