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로 시작된 드라마는 `만신창이’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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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로 시작된 드라마는 `만신창이’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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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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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2일 사의를 표하면서 13일간의 버티기 드라마는 끝났다. 그러나 김병준 파문의 인사 후유증은 심각하다. 현 정부들어 벌써 5명이 단명 교육부총리로 자리를 떠났다. 결국 `코드’인사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사회적 여론이 비등하다. 교육부 직원들은 “제발 정치인사 하지 마라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비전문가로 인한 우리 교육이 망쳐질 것을 우려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선 딸 외고 특례입학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21일 오후 취임 후엔 논문 표절을 둘러싼 위증 도덕성문제로 교육위 의원들과 치고 받는 공방전을 펼쳤다. 김 부총리는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때론 사과도 하고 때론 항변도 했다.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그러나 버티지 못했다. “더 이상 드라마가 없다”던 그였지만 지난 13일간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다.
 `왕(노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김 부총리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세금 폭탄’발언을 하며 부동산 정책에 깊숙히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지난달 3일 노 대통령이 그를 교육부총리로 지명했을 때부터 반발이 거셌다. “부동산 정책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이 어떻게 교육부총리를 하느냐”는 게 사회적 비난의 골자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교육부총리 적임자”라고 되받아쳤다.  청문회를 요청했고,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벼슬자리의 적임자를 가리는 국회 상임위 청문회는 열기도 전에 말썽이 난 사람들은 대다수가 혐의를 벗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가끔 국회 청문회를 볼 때 마다 느낀 것이지만 세상에 결점 한두 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살아오지 않고 미리 청문회를 마음에 두고 살아온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높은 직위에 앉게되는 사람일수록 그 나름대로 결점도 커 보이는 것이다.
 높은 산에는 웅산에 걸 맞는 깊은 계곡이 있기 마련이다. 교육부 수장인 교육부장관은 부총리라는 지위가 말하듯 그자리에 걸 맞는 인품과 품격을 갖추어 흠이 없어야 세워지는 자리이다. 청문회때 품격을 따지는 선량(選良)들의 날선 질의도 개인이 아닌 국익을 위해서다. 사랑하는 자식을 전쟁터에 보내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자신의 퇴직후 노후를 대비하거나 가족들의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돈이 될 만한 토지나 아파트 몇 채쯤은 준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같은 사심이 벼슬자리를 앞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앞길을 막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교육부 수장자리 청문회를 한번 되돌아보자. 2003년 3월 윤덕홍 대구대 총장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하면서 노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은 나와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결국 헛말이 됐다.
 노 대통령의 장담과는 정반대로 노무현 정부 들어 최단명 장관 2명은 모두 교육부에서 나왔다. 이기준 부총리는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로 임명 닷세 만에 물러났고,`노의 남자’로까지 불렀던 김 부총리마저 13일 만에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백년은 고사하고 일 년 계획도 제대로 세우기가 쉽지 않은 부서가 교육부다. 광복 이후 한 번도 자기부처에서 내부 승진한 장관이 없다는 것도 교육부의 특징이다. 이는 교육부총리 임명때 교육적 고려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앞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이념에 치우쳐 인사의 폭을 스스로 좁힌 것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김병준 청문회를 보면서 과연 벼슬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이 선생의 율곡집(栗谷集)에 보면 `예전 학자는 벼슬을 구한 적이 없으며 학문이 성취되면 윗사람들이 천거해 벼슬자리에 앉혔다. 선현들은 벼슬자리를 두고 대개 이는 남(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여 하는 것이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세태가 변하고 세월이 가면서 벼슬자리 품격이 많이 달라졌다.
 자기에게 맡겨준 높은 그 자리를 이용해서 서민을 누르고 힘이 길러지면 재물을 모으고, 즉 명(名)과 이(利) 만을 취한다면 그런 사람을 기용한 국가나 국민은 그저 비참 할 뿐이다. 예부터 벼슬아치는 공복(公僕)이라 해서 남이 하기 싫어하는 번거로운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렇틋 종이 종노릇만 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심부름꾼이 주인 노릇 하는 게 탈이다.
 한번 물어보자. 청문회장에서 애가타 앞에 놓인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 키고 얼굴이 푸르락 파르락 하면서 때론 사과하고 때론 항변하는 것이 종노릇 하려고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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