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신나는 `뽕짝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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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신나는 `뽕짝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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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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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축제 트로트 가수는 그 얼굴이 그 얼굴
 
김 헌 식  (문학평론가)
 
 가을에는 지역 축제가 성황이다. `행사형 가수’들이 이러한 지역축제를 누빈다. 지역축제의 성격상 행사형 가수는 대부분 트로트 가수들이다. 트로트 가수들은 가을 축제를 통해 겨울을 날 식량을 준비한다.
 요즘 지역 축제가 1500여 개가 훌쩍 넘을 정도로 많아졌다. 트로트 가수, 즉 뽕짝 가수들이  전국을 누빈다는 얘기다. 그들은 웬만한 톱스타보다도 더 바쁘다. 그런데 그 수많은 지역축제에 출연하는 가수는 몇 명이 안 된다. 겹치기, 중복 출연이 많다는 것이다. 지역축제가 가진 볼거리의 한계를 그대로 말해준다. 지역 축제가 양은 많아졌지만, 내용은 부실하다는 말이 여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역 축제가 많아진 이유는 1995년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연관이 깊다. 자치 단체장들이 자기과시나 전시용으로 만들거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자치단체 재정확충을 위해 실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공하는 지역축제들이 알려지면서 지역축제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역축제는 전통사회의 마을 잔치가 상품화 된 것이다. 그것은 지역주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인들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지역축제는 저마다 자기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주었다.
 지역축제는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담으려 하고 그것이 중앙의 축제와 차별화되는 상품성이기 때문이다. 음식이면 음식, 전통 놀이나 특산물, 명소에 맞게 축제를 구성했다. 물론 이러한 축제들은 도시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곳에서는 중국산 공예품을 파는가 하면 수입산 수산물을 축제에서 팔기도 한다. 다른 고장 특산물을 판매하는 희한한 풍경도 벌어지고 있고 먹을거리도 바가지 상혼에 점철된다.  왜 이렇게 대동소이한 것일까? 단지 축제를 베끼기 때문일까. 지역축제는 문화이벤트다. 문화이벤트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에서 기획력을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외주에 맡긴다. 이들은 김치 축제에서 사용했던 축제 기획제안서를 쌀 축제나 인삼축제에도 제출한다.
 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축제의 과정은 특정업체가 맡는다. 몇 개 업체가 전국 지역축제를 좌지우지한다면 그 축제 내용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지역자치단체와 관련 업체 간의 독점적 유착이나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지역 축제가 획일성이나 부실함을 갖는 이유다.
 지역 축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한국은 중앙집권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지역축제를 통한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서울-경기 중심의 경제구조와 낮은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생각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지역축제가 이바지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그렇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많은 축제가 있으면 있을수록 그 속에서 진정한 축제가 빛을 발할 수 있다. 또한 축제를 시도하다보면 명품 축제가 탄생할 수 있다. 유등, 산천어, 머드, 차, 인삼, 나비 등 성공한 축제들은 많다. 요즘 지역축제에 문제가 많다고 인위적으로 통합하기보다는 경쟁과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축제가 진정으로 활성화 되려면 문화기획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지역 축제 기획 집행을 담당하는 이들은 지역의 전문업체들이나 자치단체가 아니다. 결국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문화기획력의 문제인 것이다. 평가를 할 만한 전문가들도, 통합의 대안을 마련할 전문 인력도 없는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만 닦달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는 수많은 축제들이 벌어지고 있고 새롭게 기획되고 있다.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지방자치체 이후 지역축제가 양과 질에서 진화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요체는 왜 이렇게 지역축제가 많이 생기고 그곳에 찾아가는 사람도 늘어나는가 하는 점이다.
 갈수록 문화적 욕구의 갈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문화심리를 분석하는 작업부터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 국제적 문화 보편성으로 이어져 국제적인 축제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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