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장용 배추·무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줄잡아 20%안팎 늘어났다. 전국을 통틀어 마찬가지다. 대구와 경북만 하더라도 배추 재배 면적은 23.1%, 무 재배 면적은 17.8% 늘어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구는 112㏊이고 경북은 1817㏊이다. 여기에 일조량까지 풍부해 대풍작을 이뤘고 보면 공급과잉현상은 정해진 순서나 다름없게 돼 있다. 김장 채소값이 반 토막이 나버린 것 또한 누구나 예상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때문에 요즘 농민들은 풍년인데도 시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다.
이런 가운데 농협 경북본부가 `억대농가 2만호 육성’ 깃발을 내걸었다. 경북 전체 농가의 10%를 억대 농업인으로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농협은 2006년 현재 조수입(농가의 생산물 총액) 1억 원이 넘는 농가를 2509호로 파악하고 있다. 경북도 농업기술원은 2007년 조수입 기준 억대 농가수를 2696가구라고 지난 2월 밝힌 일이 있다. 비록 1년이란 시차가 있기는 하나 두 통계 사이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농협 경북본부의 계산대로라면 억대농가가 줄잡아 8배쯤 늘어나게 된다. 그것도 2012년 까지다.
배추 한 차를 팔아도 손에 남는 건 5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농민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이 되면 배추밭 갈아엎는 차례가 기다리고 있다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패닉현상은 금융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촌 또한 패닉 상태다. 이런 판국에 억대농가 2만호 육성 계획이라니 될 법이나 한 소리냐고 반발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해도 `억대농의 꿈’마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뒤집기에 집착해야 할 줄로 안다. 농협이 근거 없이 책정한 목표치가 아니라면 희망을 가져봄직도 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농협의 책임은 그만큼 더 무겁다. 억대농 2만호 만들기는 37개 세부추진계획과 4개 권역별 특화품목 중점육성 계획이 큰 틀이라고 했다. 빈틈없는 추진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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