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폭력은 면책특권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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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폭력은 면책특권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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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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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의원 국민소환운동 벌여야
 
  박효종/서울대학교 교수

 
 세계적 스캔들이 될 정도로 연말부터 시작하여 연초까지 이어져온 우리 국회의 폭력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가뜩이나 3류 정치로 일컬어져 온 한국정치를 몇 등급 떨어뜨리는 저급한 사태였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면책특권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에서의 발언에 해당되는 것일 뿐, 폭력에 관한 면책특권은 아니다. 폭력은 민주주의의 엄숙한 전통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태이다. 국회를 영어로 `parliament’라고 부르는 데 그것은 불어의 `parler’에서 어원을 가진 것으로 `말을 하는 곳’이라는 뜻이지, `폭력을 행사하는 곳’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원래 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하는 전통,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대로 “교대로 통치하고 통치 받는 것(ruling and being ruled in turn)”을 기조로 하는 민주주의의 전통은 그리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적 기구인 민회를 뜻하는 `불레(boule)’를 비롯하여 `엑글레시아(ekklesia)’, `디카스테리아(dikasteria)’ 등은 한결같이 사람들이 모여 발언을 통해 토론과 심의를 하는 곳이었다. 이처럼 말과 심의를 통하여 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성과 말, 혹은 이성과 설득을 동일시하는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민주주의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심의와 토의를 하는 것이 바로 심의민주주의의 핵심인 민의의 전당이다. 동시에 의회는 말로 하는 것이기에 섬세함과 고품격의 절정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부를 때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부르는 선진 의회의 관행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국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는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인 이성에 반하는 야만적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여야 간 법안다툼과 관계없이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ipso facto)’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2008년 마지막 날 보신각에서 울린 제야의 종소리는  연말이 되어도 폭력이 종식되지 않는 우리 의회 민주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종소리이며, 대의민주주의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례식의 종소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폭력 끝에 여야가 잠시 휴전했다고 해서 희희낙락하며 외유를 나가는 국회의원들의 속물적 모습이여!
 의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選良)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 논의와 토론을 벌이고 결정을 내리고, 법과 정책을 만드는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은 물론 있을 수 없고 폭력적인 언어조차 금물이다.
 다수당과 소수당이 끝내 뜻이 맞지 않다면 영어의 표현대로 `agree to disagree(불일치하기로 합의한다)’를 해야 한다. 합의는 의견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하는 데에서도 가능하다. `합의이혼’이 바로 그러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사실 소수당이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임을 받지 못해 소수당이 된 것이니,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 민심을 잡아 다음번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도록 노력하고 또 다수당이 된 다음 법안개정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이 정도다. 어떻게 자신의 뜻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이성을 잃은 광인처럼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제부터 우리 국회가 맹수와 검투사가 겨루는 로마의 원형경기장이 되었던가.
 이미 일어난 이 폭력사태는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좌시할 수 없다. `폭력국회’는 `폭력가정’과 같다. 폭력이 습관화되면 어떤 사태로 발전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폭력가정의 시작도 처음에는 사소한 손찌검으로 시작하지만, 갈수록 흉악해져서 살인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이번 폭력국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해머와 쇠톱으로 시작했으나, 야구 방망이와 회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번 사태를 결코 잊지 않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국민소환제와 같은 제도도 강구해야한다. 이번 사태는 국민이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오, 국회여! 그대는 자신을 아는가. `벌거벗은 왕’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대 자신을 알고 있는가.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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