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 형산강 살리기 운동에 마침내 불이 붙었다. 엊그제 형산강변 3군데서 벌어진 자연정화운동이 그 시발점이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날 행사에 시발점이란 의미를 던지는 것은 형산강 살릴 때를 놓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자리잡아가는 기미를 감지한 까닭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박승호 포항시장을 비롯하여 1000여명이 참가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일반시민, 해병1사단장병, 환경지킴이, 관계공무원이 참가했고 보면 공감대의 폭이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항시의 형산강 살리기 운동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게 된 요소의 하나는 이웃 경주시 강동면 주민들도 150여명이나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형산강은 이웃한 경주지역과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상수도원인 상류 가까운 곳에서 대량으로 파묻은 쓰레기가 들춰지면서 티격태격한 몇 년 전 사례도 있다. 그런 불편한 일을 모두 접어두고 행사에 동참한 경주시 강동면 주민들의 협조는 반갑고도 치하 받을 일이다. 그들의 참여는 단지 쓰레기 줍기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뜻하는 까닭이다.
형산강변 정화운동에서 주워 모은 쓰레기는 1500포대, 40톤이나 됐다. 온갖 생활쓰레기, 폐비닐, 농약병, 낚시쓰레기 따위다. 입으로는 형산강이 포항시민의 젖줄이라고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얼마나 내다 버렸는지를 실증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날 주운 쓰레기는 강가에 널브러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 속에는 또 얼마나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을 것인지는 전례에 비춰 상상되고도 남는다. 슬금슬금 흘려버리는 폐유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러니 형산강이 죽어가는 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정해진 차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형산강을 살려서 후대에 물려주려면 포항시와 시민이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쓰레기를 버릴 마음조차 생기지 않도록 강변 환경을 혁신하는 것은 포항시의 책무다. 시민 사회에선 자율협조 분위기가 달아올라야 한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이다. 정화운동 참여폭도 더욱 넓어져야 한다.
이 운동은 1회용 행사로 형식에 그쳐서는 효과를 거둘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정례화 돼야 한다. 다행히 포항시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범시민 형산강 살리기의 날’로 지정해 이 운동에 지속성을 유지키로 했다. 맑은 강물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요즘 낙동강의 `1,4-다이옥산’사태 한 가지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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